“우리 사귀자! 나 오빠 좋아해!”
“미안한데……, 나는 아니거든. 나는 널 여자로 생각한 적이 없어.”
이런, 젠장!
태어났을 때부터 좋아했던,
박유채의 인생에 있어 유일무이한 사랑이라 믿고 있는
그 남자, 최태주에게 고백을 하던 날,
무참하게 거절을 당해 버렸다!
너무나 처참하게, 조그마한 여지도 없이 완벽하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향한 마음이 접어지지 않는 걸 어떡하란 말인가!
대학도, 직장도, 결혼도, 아이도, 미래도
그를 제외하고는 어떤 인생도 꿈꿔 본 적이 없는데,
이젠 어떡해야 한단 말인가!
하, 근데 이건 또 뭐야?
이제 그를 잊어버리겠다고 다짐한 순간,
그가 말한다.
“사귀자.”
……what?
“항복 선언한다고.”
“노파심에 미리 말하는 건데 나 놀고 있었던 거 아니다?”
“…….”
“뭐, 약간은 사적인 얘기를 하긴 했지만……, 아무튼 금방 들어가려고 했어.”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유니폼 차림으로 빈둥거린다고 한 소리 하려던 거 아니었어?”
“……못 말리겠다.”
“듣고 보니 기분 나쁘네. 뭐가 또?”
“언제는 남의 의견 듣지도 않고 혼자 폭주하시더니.”
“이사님은 안 바빠? 왜 싸돌아다니시고 그래?”
“미워 보여.”
“네에, 알겠습니다. 저는 이만 들어가 보겠습니다.”
“별로 좋지는 않네.”
뭐가? 라고 물어보려는 순간 태주가 먼저 말했다.
“박유채, 다른 남자랑 눈 맞추면서 웃고 있는 거.”
유채의 눈동자가 천천히 확장되었다. 머릿속이 묘한 기분으로 헝클어졌다. 기대는 금물이라고 한 순간, 저 남자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그래서 불쑥 화가 치밀어 올랐다.
“최태주 정말 최악이야. 이런 거……, 정말 나쁜 거 아니야?”
핑글 눈물까지 맺혔다. 태주는 놀란 듯 유채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가 다가오려는 듯 한쪽 발을 떼는 순간 유채는 그대로 태주를 지나쳐 가버렸다.
“한심했군.”
태주는 고개를 저으며, 방금 전까지 유채가 최 셰프와 함께 서 있었던 유리벽 앞에 가서 섰다. 부당하게 느껴졌겠지만……, 최 셰프와 함께 웃고 있는 유채를 본 순간 시선이 떠나질 않았다. 뭔가가 태주의 속을 건드렸다.
“이 정도면, 네가 이긴 것 같은데…….”
이정숙(lee jung suk)
필명 : 릴케(rilke)
이메일 : jejerame@gmail.com
로맨스, 두근거림, 온갖 읽을거리들, 수다가 있는 술자리, 그리고 가족을 사랑한다.
, , 등
여러 종의 로맨스 소설을 출간했으며,
2011년 영화 시나리오 최우수상 수상을 계기로
현재 드라마 대본 작업에 참여 중.
독자들에게 따뜻한 감동을 줄 수 있는 소설과
훈훈한 온기를 줄 수 있는 드라마를 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