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박완서의 데뷔작 「나목」이 만화가 김금숙의 그래픽노블로 출간되었다. 「나목」은 1950년대 전쟁으로 황폐한 수도 서울을 배경으로, 과거의 상처를 딛고 희망의 윤곽을 그리려는 젊은 세대의 고뇌를 치밀하게 그린 작품이다. 역사 상황과 개인의 실존이 어떻게 만나는가에 대한 문학적 탐구는 한국전쟁 70주년을 맞는 현재에도 여전히 주효하다. 또한 여성 주체성을 치열하게 탐구한 작가의식은 작품 발표 후 5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되새기고 또 뛰어넘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김금숙 작가는 꼼꼼한 취재와 작품 탐구를 바탕으로 1950년대 서울 명동 거리와 미8군 PX, 계동 골목을 이미지로 재현했으며, 현대적 감각을 입힌 인물 캐릭터를 선보인다. 1970년 발표된 우리 문학의 숨은 걸작 『나목』을 새로운 세대의 독자들에게 환기하고, 전쟁의 이면을 예술가의 시각으로 보고자 하는 기획의도를 인정받아 만화영상진흥원 2019 다양성만화제작지원 사업에 선정되었으며, 그 결과물이 책으로 나왔다.
「나목」은 통렬한 아픔을 온몸으로 느끼며 내일을 향해 발돋움하는 청춘의 상징이며, 불우한 시대를 고독하게 건너간 예술가의 초상이다. 또한 태엽 감긴 장난감처럼 현실에 조종되는 삶을 살지라도 인간의 존엄한 실존을 놓지 않으려 사력을 다하는 우리 모두의 자화상이다. 한국전쟁 70주년에 새롭게 주목해야 할 역사와 문학, 그리고 예술이 만화 『나목 裸木』에 깃들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