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부인 로맨스 장편 소설 『공주연생』
1778년, 조선국 소원공주 이연생, 청제국의 이친왕에게 시집가다!
.....외국으로 시집간다는 것이 그리 끔찍한 일은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요. 어쨌거나, 지아비를 제가 직접 고를 수는 없는 노릇. 전하께서 좋은 분이시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있습니다. 아버지께서 청의 이친왕께 저를 보내시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어머니.....
건륭 44년 (양력 1778년) 연생이 시집을 가며 어머니께 남긴 편지 中
건륭 44년(1779년), 북경
‘제발……. 제발!’
흔들리는 가마 안에서 조선국에서 온 공주 이연생李連生은 간절히 빌었다. 자신이 청제국 이친왕의 재취再娶로 시집가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 순간부터 줄곧 간절히 빌었지만, 오늘은 더욱 절실하게 기도했다.
‘나를 귀애해주시기를!’
공주 연생은 용기를 그러모아 벌어진 가마 틈으로 자신과 혼례를 올릴 이국 왕의 뒷모습을 훔쳐보았다. 주변이 왁자했다. 아니, 왁자하단 말로는 부족했다. 거대한 시장 같은 큰길의 가운데에서 연생이 탄 신부의 빨간 가마는 넘실거리듯 움직이고 있었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구름처럼 몰려 있었다. 행렬의 선두에서는 이친왕과 조선국에서 온 공주의 행차를 알리는 호령이 길게 울리고 있었다. 오늘, 해가 지기 전에 연생은 새로운 저택에 도착하게 될 것이다. 이친왕은 멀리서 시집오는 신부를 위해 반나절 정도 말을 타고 와 마중해주었지만, 당연히 혼례식을 하기 전에 지아비가 될 왕의 얼굴을 볼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공주 연생은 가마 앞쪽에서 말을 몰아 나아가는 이친왕의 뒷모습을 자세히 보려고 무던히 애를 썼지만, 뒷모습만으로 무언가를 판단하기는 역부족이었다. 게다가 흔들리는 가마 안이기도 했고, 마음껏 가마 덮개를 열어젖힐 수도 없었다.
...
“모두 나가 있어라.”
아내의 중앙 내실은 청소를 깔끔하게 하는 듯 정돈된 모습이었지만, 다소 독특하게 꾸며져 있었다. 특이한 옷이 한쪽에 죽 걸려 있고, 굉장히 많은 종류의 옷감을 형형색색 가는 원통 모양으로 말아 한쪽 벽에 책을 꽂듯 꽂아놓았다. 그 아래 선반에는 다양한 굵기와 색깔의 실이 빼곡히 놓여 있었다.
처음 보는 앉은뱅이 가구가 묘하게 방 안에서 기선을 제압하고 있었다. 그는 방 안의 그 모든 것을 찬찬히 둘러보고 나서야 비로소 아내를 바라보았다.
‘아내……. 나의 아내?’
그의 아내는 약간 떨어진 곳에 꽤 공들여 꾸민 모습으로 서 있었다. 분홍빛 꽃 자수를 놓은 민주식 기포旗袍를 곱게 차려입은 모습이 제법 유행을 타는 맵시였다. 그가 자리에 앉는 것을 본 후, 어린 아내는 사뿐히 종종거리며 세련되게 의자에 앉았다.
그는 여태 몰랐지만, 그의 아내는 배꽃처럼 흰 피부에 자그마한 손이 귀여운 여자였다. 다소 특이한 모양으로 멋을 내 올린 머리는 탐스러웠고, 복숭아처럼 연한 분홍빛 뺨은 만져보고 싶을 정도였다.
이친왕 태이곤은 순간 당황했다. 그가 기억하고 있는 것은 낯설게 느껴지던 어린 신부였다. 하지만 지금의 아내는 그가 여태껏 본 여자 중에 가장 예뻤다. 그렇지만 생경 하였다. 서른하고도 두 살을 더 먹은 사내의 취향으로 판단하자면 지나치게 앳된 느낌이랄까.
그렇지만 어여쁘다. 그것만은 분명했다.
이친왕 태이곤은 그 새로운 사실에 적이 당황했다. 아내가 생각 외로 예쁘장하다는 사실에 당황하여, 손바닥에 땀이 배어날 지경이었다.
아내는 말랑해 보이는 보드라운 손으로 우아하게 차를 따랐다. 어린 아내는 어여쁘다는 이유 외에 또 다른 이유로 그를 당황케 했는데, 그것은 그를 대하는 태연함이었다.
또래의 여자라면 보통 그의 얼굴에 길게 그어진 흉터를 보고 약간은 동요하는 기색을 보이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달랐다. 세상에 무수한 얼굴 중에 하나를 보듯, 그를 바라보는 것이다. 겁을 집어먹은 기색 따위는 보이지 않은 채.
“진짓상을 준비하라 이를까요?”
먼저 입을 연 것은 아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