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책, 그리고 나를 사랑하는 책
나만의 서재에서 인문학이 움트다
우리는 지나치게 많은 ‘추천도서’와 ‘필독서’ 목록에 둘러싸여 있다. 아마 많은 이들이 그 목록을 들고 내가 읽은 책이 몇 권이나 있나 헤아려본 경험이 있을 터이다. 추천도서나 필독서를 읽었는지에 어떤지에 따라 인성이나 지식의 깊이가 결정되는 것이 아닌데도 말이다.
문학평론가인 저자 정여울은 ‘목록’에 기죽지 말라는 메시지부터 던진다. 남이 작성한 목록에만 의존하다가는 ‘타인의 목록’을 서재에 구비하게 될 뿐, 자신이 평생을 함께 할 내 ‘마음의 목록’은 절대 꾸릴 수 없다는 것이다. 중요한 건 ‘좋은 책’ 자체가 아니라 그런 책을 읽고 싶다는 마음과 책을 고르는 과정에 있다는 말은 작지만 큰 울림을 전해온다.
《마음의 서재》에서 저자는 식상한 추천도서 목록을 들이밀지 않는다. 때로는 편지처럼, 때로는 속삭임처럼 책을 화두로 하는 이야기를 풀어놓을 뿐이다. 그렇게 남들이 추천하는 책을 읽은 감상문이 아닌 현재를 살아가면서 느끼고 생각한 바를, 자기 마음에 새겨진 책을 통해 풀어낸다. 이처럼 마음에 새겨진 책이 쌓여서 시나브로 책꽂이 하나를 꽉 채운다면, 그것이야말로 ‘타인에 의한 서재’가 아닌, 오직 나를 위한 내 ‘마음의 서재’가 될 것이다.
저자는 수십 권의 책을 소재로 이야기를 펼쳐낼지언정 한 번도 ‘이 책에 대한 해석과 평가는 내가 말하는 게 정답이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때로는 시시콜콜하다고 여겨질 만큼 내밀한 50가지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이 책은 ‘인문학 강좌’가 아니라 ‘저자 정여울의 셀프 아카데미’에 대한 기록이자 편지이자 일기장이기 때문이다. 같은 책을 두고 나와는 판이하게 다른 생각해온 궤적을 엿보는 것만으로도 생각이 한 단계 더 새롭게 트이는 느낌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