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바보', '딸 바보'라는 제목과 함께 게시된 사진들이 유행이다. 무장해제된 표정으로 아이를 바라보는 사진 속 아빠의 얼굴은 이미 아이의 순수함과 같다. 보는 이들마저 흐뭇하게하는 무조건적인 사랑의 시선. 그렇다면 '아이'는 커녕 '결혼'과도 사뭇 어울리지 않아보이는 시인 김경주식 자식 사랑은 어떤 모습일까. 본인은 부끄럽다고 고백하지만, 읽는 자는 경탄으로 받아들게 되는 책. 한 남자가 아버지가 되는 40주간의 순간순간의 깨달음과 기쁨을 시심으로 기록한 책. 『자고 있어, 곁이니까』는 김경주만의 특별한 '아비 되기' 기록이다.
책의 시작은 2011년 1월 24일 일요일이다. 아내가 임신 6주차에 접어들어 남긴 첫 기록은 양귀비 씨앗만한다고 한 아이의 심장 크기와 심장 소리를 처음 맞닥뜨린 날의 떨림이다. 그의 삶에 출연한 아이는 경이와 혼란, 불안과 기대, 밝음과 어둠의 격동적인 양면적 고심을 불러일으키는 유일무이한 존재이다. 태동, 태담, 태교라는 큰 제목 아래 초기, 중기, 후기로 나누어 쓰인 이 책은 롤러코스터처럼 잦은 감정적 변동의 그래프를 고스란히 끌어안고 있다.
한 여자를 사랑했고, 그 여자를 곁에 두었고, 그 곁에서 생겨난 아이를 기다리는 시간 동안 시인은 수많은 갈등 속에서 스스로를 발견한다. 이 무수한 고심의 날들은 그 흔한 초음파 사진 한 장도 없이 텁텁한 재생 종이에 묵묵히 출산 일기로 묶였다. 아이를 갖고 낳는 40주간 시인은 마치 제 자신의 태어남을 다시 경험한 듯 제 아버지를 받아들이고 제 어머니를 사랑하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그리하여 그는 기쁨과 슬픔이 교차하는, 때로는 그마저도 없는 덤덤한 날들이 사실은 평범하지 않음을, 우리가 쉽게 당연하다고 느끼는 '가족'이라는 건 엄마와 아빠와 아이가 하나라는 억지 강요가 아니라 저마다 하나하나의 방점으로 저마다 제각각의 거리를 유지할 때 비로소 만들어지는 기적이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