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언어, 그리고 자기 자신을 치밀하게 탐색한 바르트 문학의 정수
이 책은 《사랑의 단상》, 《밝은 방》, 《애도 일기》 등으로 국내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롤랑 바르트의 자전 에세이이다. 《롤랑 바르트가 쓴 롤랑 바르트》는 그가 사망하기 5년 전인 1975년에 출간된 책으로 바르트가 자신에 대해 쓴 단상들의 모음이다.
글쓰기, 문체, 복수주의, 분쟁 등과 같은 바르트가 애정을 갖고 있던 개념들이 무정형적으로 배열된 이 책에는 그의 어린 시절의 사진을 비롯해 직접 쓰고 그린 메모들도 함께 담겨 있다. 사료 중심, 순차적인 시간 구성을 취하는 기존의 자서전 형식에서 벗어나 200여 개의 단장들이 나열되어 있다.
이 책에는 바르트의 개인적인 이력을 비롯해 그가 탐구했던 사상 전반에 대한 글이 많다. 바르트가 젊은 시절부터 앓았던 폐병과 편두통, 어머니와의 각별한 사랑, 동시대 연구자들과의 관계 등과 같은 사적인 영역뿐 아니라 기호학, 구조주의 등과 같이 그가 치밀하게 탐구했던 학문을 다시 보려고 노력한다. 또한 미슐레, 슈만, 니체, 바타유, 프루스트 등 그가 애정을 갖고 있던 작가들에 대한 생각도 엿볼 수 있다. 바르트의 다른 저서에 비해 자신의 내면적인 이야기가 솔직하게 드러나 있기에, 쉽지 않은 독해를 따라 가다보면 그의 사상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다.
또한 바르트를 ‘나’, ‘그’, ‘자기 자신’, ‘당신’ 등으로 다양하게 호명하며 자신을 다각도에서 조명한다. 그러니 이 책의 제목에 쓰인 두 번의 롤랑 바르트는 서로 다른 의미의 바르트를 지칭하는 셈이다. 기호학 이론을 그 어느 책보다 유희적으로 실천했다고 평가받는 이 책은 바르트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