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 화폐의 탄생에서 부활까지
경제학자의 관점에서 본 금융 제국주의의 역사
최근 로저스홀딩스 회장인 짐 로저스가 “결국 화폐전쟁의 승자는 실물이며, 금과 은 중에서 택하라면 은을 사겠다”라고 말해 투자자들의 주목을 끌었다. 그런데 은은 정말로 장밋빛 미래를 보장해주는 귀금속일까?
이 책은 역사 속에서 그 실마리를 찾는다. 사실 은은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불안정한 금속으로 인식되어 왔다. 금과 더불어 부의 상징으로 여겨졌지만, 대항해 시대 은이 대량으로 생산된 이후 종종 인플레이션과 투기의 주범으로서 역사의 무대에 등장했던 탓이다. 한때 무적함대로 대서양을 누빈 스페인은 식민지에서 약탈해 온 은으로 유럽을 제패했다. 하지만 바로 이 은 때문에 스페인은 사치성 소비사회로 전락했고 심각한 인플레이션이 일어나 당시 가장 빈곤한 나라가 되었다. 모두 은의 변동성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은은 수요와 공급에서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을 발생시키고 시장을 왜곡시킬 위험을 가진다.
저자는 한때 ‘은의 제국’이라 불렸던 중국의 ‘은 사용 금지령'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왜 중국이고, 왜 은 사용 금지령인가? 은이 한 나라의 경제와 정치 구도를 어떻게 좌우하는지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중국이기 때문이다. 또한 명나라 주원장이 실시한 은 사용 금지령은 금속 화폐가 부족했던 당시 중국의 사정을 반영한 정책이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로써 중국은 수백 년간 은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