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학자 진중권, 오늘날 ‘무엇’이 예술인지 다시 묻고 다시 답하다
예술사의 관점으로 살펴보는 ‘그림 대작’ 사건
지난 2016년, 세상을 한바탕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이 있었다. 이른바 ‘조영남 그림 대작’ 사건으로, 당시 그를 향한 대중과 언론의 시선은 대체로 싸늘했다. 이 사건은 그 후 격렬한 논쟁을 낳았고, 급기야 검찰은 “조 씨에게 (사기의) 기망행위가 있었다”라고 보고 1심 재판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미술가단체에서는 그에게 추가로 ‘명예훼손죄’를 물어 소송을 제기했다. 일반 대중 역시 ‘조영남은 사기꾼’이라는 프레임 안에 있었다. 사실상 거의 모든 이들이 앞뒤 따질 것 없이 조영남의 행위는 어떤 의미로든 ‘사기’라고 판단했다. 극소수만 조금 다른 의견을 냈다. 그중 한 사람이 진중권이다. 당시 트위터 등을 통해 진중권은 이른바 ‘그림 대작’이라는 문제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무엇보다 ‘미학자’로서 갖고 있던 소신을 분명하게 밝힌 바 있다.
진중권에 따르면 그 사건은 한마디로 “현대미술에 대한 몰이해가 빚어낸 소극”이다. 실제로 이 사건은 2018년 항소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으며, 지금은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미학 스캔들_누구의 그림일까』는 이제는 어느덧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혔을 그 사건을 미학적·예술사적 차원에서 혹은 상식적 논리의 차원에서 재조명한다. 진중권은 그 사건을 둘러싼 논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스스로도 내상을 입었다고 고백하면서도, “그 사건의 불편한 기억과 더불어 사건이 우리에게 던져준 교훈까지 흘려보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서 이 책을 썼다고 밝힌다.
진중권이 말하듯, ‘조영남 그림 대작 사건’은 한때 온 사회를 분노로 들끓게 한 부정적 사건이기만 했던 것이 아니다. 진중권은 “이 사건을 통해 조영남은 (본의 아니게) 우리 미술계에 한 가지 중요한 의제를 던져주었다”라면서 그것이 바로 미술의 ‘현대성’modernity이라는 의제임을 강조한다. “대중은 이 사건에서 화가가 자기 그림을 남에게 대신 그리게 한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모양이다. 하지만 나는 이미 수십 년 전에 창작의 정상적인 방법으로 확립된 그 관행을 여전히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남아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