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제시인 「사막을 건넌 나비」는 시 속의 주인공이 “혼몽”의 단계를 지나 꿈에서 만나는 이미지들을 기술한다. 혼몽은 밝음에서 어둠으로, 각성에서 가벼운 수면으로 기우는 과정을 말한다. 이는 달리 의식에서 무의식으로 접어드는 경계라고 할 수 있다. 안개가 모래로 바뀌는 사태도 이러한 경계의 표현이다. 흐르는 바람은 의식의 지향에 다를 바 없으며 혼몽 상태에서 자아는 분열한다. 곧 잠으로 진입하면서 꿈속에서 고향이라고도 할 수 있고 존재의 거처라고도 할 수 있는 폐허가 된 집터의 풍경에 도달한다. 꿈속의 주인공은 낙타를 거닐고 사막을 걷는다. 안개로 상징되는 물은 끝없이 모래로 고갈된다. 말은 사라지고 생명은 소진한다. 악몽으로 환각을 보면서 귀신의 응답을 듣거나 구천을 떠돈다.
모래언덕을 지나고 돌과 눈이 쌓인 지역을 거치면서 숲속에 당도하는데 여기서 “벌레의 울음소리”를 듣고 바라보니 “바람이 슬은 나비”가 나타난다. “모래가 흩어지면 종횡으로 떠다니는 유령의 음문”이 보이고 “명부에 들지 못한” “죽은 나비”가 출현하는 이미지들이 말하듯이 기괴하고 그로테스크한 꿈의 장면들이다. 시 속의 서사는 입몽에서 각몽에 이르는 하나의 단면을 진술하고 있으나 사막, 폐허, 죽음을 거치는 경험을 말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못 심각하다. 아슬하게 귀신을 피하여 숲에 이르는 경로가 신생의 자각으로 이해되기도 하지만 섣부른 의미 부여를 허락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나비”에 투사된 자아의 표정이 그렇다. 단지 일시적인 악몽으로 그치는 이미지들이 아니라면 지독한 자기부정이나 환멸 의식이 개입하고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이와 같은 고갈과 소멸의 판타지는 「사이렌」에서 거듭 변주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