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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지 말고 무뎌지지도 말고
글쓴이
이라윤 저
출판사
문학동네
출판일
2020년 1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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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미지

이라윤

대학병원 중환자실 간호사. 2015~2017년 통합 중환자실, 2017~2021년 외과계 중환자실, 2021~2022년 코로나 중환자실, 응급 중환자실을 거쳐 2022년부터 내과계 중환자실 현장 교육 간호사로 일하고 있다. 신규 간호사의 과도기를 담은 《무너지지 말고 무뎌지지도 말고》(2020)를 썼다.

생과 사의 경계인 공간에서 가장 먼저 적응해야 하는 것은 죽음으로 인한 상실이었다. 매일 보는 죽음에서 수없이 무너졌고, 다시 일어서기를 반복하다 감정이 없는 빈껍데기가 된 괴물을 마주하면서 혼란스러웠다. 바다에 잠긴 듯 숨이 막혀서 도망칠 때도 있었으나, 중환자실이라는 공간은 죽음 앞에서 삶에 대한 귀한 가르침을 받는 공간이었다. 당연한 것은 없다는 것과 시간은 유한하다는 것, 이 두 가지 가르침이 살아가면서 무엇이 중요한지 깨닫게 했다. 죽음을 앞두고서야 삶의 가치를 생각하기보다는 현재에도 언젠가 끝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며 살아간다. 그게 당장 내일일 수도, 몇 분 후일 수도 있다는 것을 인지하면서. 손의 온기를 나누는 사람이 되고 싶어 오늘도 그녀는 환자 곁을 떠나지 않는다.

책 소개

분야에세이
죽음의 최전방에서 시작한 사회생활
생업을 대하는 90년대생 ‘간호초년생’의 속마음

“아니, 왜 석션을 제대로 못해?”
“선생님, 석션하는 게 무서워요. 갑자기 심장이 멈춰버릴까봐……”
“이 정도 가지고 무서워하면 중환자실에서 일 어떻게 할래?” (‘애증의 관계’, 14쪽)

2018년 12월 기준 간호사 평균 연령은 28.7세, 전체 활동 간호사의 76.4%는 20대, 평균 재직기간은 6.2년이다. 입사 시기는 빠르지만 근속 연수는 매우 낮은 편이다. 경력자가 버티지 못하고 나간 자리를 신규 간호사로만 채우는 분위기도 존재한다. 누구나 경력이 쌓이기 전에 신규 시절을 거친다. 경험을 쌓고 요령을 터득해나가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는 건 당연하지만, 유독 간호사에게는 그 시기가 혹독하다. 작은 실수 하나로도 환자 상태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압박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탓이다. 저자는 한국 간호사 평균 나이에 이 책을 썼다. 지금도 많은 간호사들이 혹독한 신규 시절을 견디지 못해 업계를 떠나고 있고, 그 역시 한 해에만 스무 명이 넘는 간호사들의 떠나는 뒷모습을 봐야 했다.

‘사회생활 5년 차’. 경력이 아주 많다곤 할 수 없지만 일을 막 시작한 단계도 아니다. 이제 손으로는 제법 능숙하게 루틴 일을 다루면서도 머릿속으로는 이직을 하느냐, 이민을 가느냐, 업계를 떠나느냐 깊이 고민하게 되는 시기다. 그는 지난 신규 시절을 돌아보며 간호사라는 직업을 미워하기만 했다면 이렇게 기록을 남기지 못했을 거라고 고백한다. 하루하루 다양한 사연이 있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새로운 상황을 겪는 만큼 자신의 새로운 면을 계속 발견하게 되는 소득이 있다고 말한다. 이 일이 도저히 감당하기 벅차다고 느껴지면 언제든지 떠날 수 있다는 마음으로, 하지만 다른 것에 휩쓸리듯 떠나지는 않겠다는 나름의 다짐으로 마음의 중심을 잡는다. 내일도 반복될 ‘애증’의 출근길 앞에서 스스로에게, 또 저마다의 길을 치열하게 걷고 있을 이들에게 몸으로 터득한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는 책이다. 누군가의 슬픔과 죽음 앞에 부디 무뎌지지 않기를, 그럼에도 무너지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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