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대의 지성으로 이름을 드날렸던 율곡 이이, 우계 성혼, 구봉 송익필, 이 세 선비의 우정이 오롯하게 기록된 서간첩 『삼현수간』. 2004년 보물로 지정된 이 서간첩(삼성미술관 리움 소장)은 그 내용뿐 아니라 글씨 또한 뛰어나 수준급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그 가치에도 불구하고 이 서간첩은 일반인들에게는 낯설다. 매우 귀중한 자료임에도 몇몇 연구자들만 알 뿐 거의 묻혀 있다시피 하였다. 이에 평소 고전을 쉽게 풀어쓰는 일에 관심을 기울여온 작가 장주식이 이 오래된 유물에 생기를 불어넣는 일을 시도하였다. 삼현수간을 뼈대로 하여 세 사람의 문집을 뒤져 빠진 이야기를 채우고, 상상력을 더해 이들의 만남부터 헤어짐까지, 그리고 그들이 살았던 세상의 이야기를 되살려낸다.
한 살, 두 살 터울의 이 벗들은 인연을 맺고부터 죽을 때까지 쉼 없이 편지로 안부를 전하고 물으며, 기쁨을 함께하고 근심을 나눴으며, 엄정한 충고를 전하기도 했다. 이들은 서로를 가르치고, 서로에게 배우며, 서로를 성장시켰다. 평생 서로의 삶과 학문에 굳센 버팀목이 되었던 세 현인의 빛나는 사귐의 모습을 담아낸 『삼현수간 : 율곡 우계 구봉의 산촌 편지』은 참된 사귐의 의미가 희박해진 이 시대에, 나와 내 주변을 돌아보게 할 것이다. 나의 사귐의 모습은 어떠한가, 나는 어떤 벗의 모습으로 살고 있는가. 또한 선인들이 배움의 깊이와 크기를 키우기 위해서는 먼 길도 한 걸음에 내달리며, 가슴 아픈 비판도 마다하지 않은 태도는 오늘의 우리에게 시사해 주는 바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