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당신은 외롭고 쓸쓸하다. 이런 진술이 유효한 시점은 옛사랑과의 작별이라든가, 당신이 재수를 했는데도 또 대학에 떨어졌을 때라든가, 군에 입대할 때 아무도 손 흔들어주는 이 없는 삭막한 연병장에서라든가, 혹은 드라마에서 종종 인용되는 이별처럼 아는 이 하나 없는 이국으로 떠날 때이다. 그 적절한 슬픔의 크기가 주는 현재진행형들은 늘 낯설다. 떠난 자, 떠나는 자, 떠날 자, 당신은 어느 한때인들 이 세 개의 명제 앞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떠나고 싶지 않아도 어쩔 수 없이 떠나게 되고, 혹은 마음을 다해 떠나고 싶지만 떠날 수 없을 때도 있다.
삶은 마음을 배반해 늘 깊은 생채기를 내고, 그것은 또 언제나 불쑥 다가온다. 떠남은 삶으로부터의 일탈이나 회피가 아니라 돌아옴을 목적으로 한다. 떠난다는 말 속에 약간의 유희가 숨어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그러나 돌아온다는 것은 다시 떠날 수 있다는 말 아닌가? 완벽한 떠남이 없듯 완벽한 돌아옴도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의 고독은 그 불완전성에 기인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누구나 상처를 가지고 있다는 것, 누구나 쓸쓸하고 외롭다는 것.
묻자, 당신은 어디로 떠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