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폭정, 내란으로 피폐해진 땅,
참혹하게 죽어 간 사람들과 살아남아 또 다른 삶을 꿈꾸는 사람들
당신이 아는 아프가니스탄은 모두 틀렸다.
파키스탄 출신으로 영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 나딤 아슬람의 『헛된 기다림』은 아프가니스탄의 현대사를 날카로운 감각과 빼어난 묘사로 그리고 있다. 20세기 후반 이후 소련의 침공, 내란, 탈레반의 폭정, 미국과의 전쟁 등 극심한 혼란에 휩쓸린 아프가니스탄 속에서 비극적 삶을 살아가는 인물들을 통해 삶의 의미를 묻는 작품이다.
1993, 2001년 두 차례에 걸친 뉴욕 세계무역센터 테러는 물론, 소련 침공 후 전쟁이 계속됐던 1980년대, 탈레반 정권이 통치했던 1990년대 등 이야기는 끊임없이 역사의 무대를 소환한다. 이와 맞물려 등퇴장을 반복하는 등장인물들의 삶은 시간의 흐름대로 서술되지도 않고 화자도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전체적인 내용을 단번에 파악하기는 쉽지 않지만, 서로 연결된 인물들의 숨은 이야기를 조금씩 밝혀 주어 퍼즐을 맞추듯 작품을 감상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이미 열세 살 때 지역 신문에 단편소설을 실을 만큼 뛰어난 문학적 재능을 보인 작가 나딤 아슬람은 『헛된 기다림』에서 아프간인뿐 아니라 영국인, 러시아인, 미국인 등 여러 국가의 입장을 대변하는 인물드을 등장시켜 선과 악, 문명과 야만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다양한 국가와 부족의 이해관계가 실타래처럼 얽혀있는 아프가니스탄의 복잡한 현실을 소설이라는 그릇에 성공적으로 담아낸 이 작품은 2011년워릭 문학상 후보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