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죄인이다. 돌이켜보면 내 젊은 날은 인생에 대한 깊은 이해와 바른 삶이 뭔지도 모른 채 무명 무지한 탐욕의 세월을 살아온 느낌이다. 하지만 그 누구나 한 번만 사는 인생으로 그 얼룩을 쉽사리 지울 수 없다. 이제 남은 인생은 그 얼룩에 대한 참회의 마음으로 살아가고자 한다. (중략) 이 작품은 내가 교단에서 물러나 강원도 산골로 내려온 뒤 첫 번째로 쓴 장편소설이다. 나는 용기백배하여 오랫동안 이 원고를 곁에 두고 다듬어 다시 세상에 내보낸다. 이 작품에서는 ‘용서’에 방점을 찍고, 지난 내 삶을 참회하는 마음으로 자판을 두들겼다. (중략) 독일의 철학자 니체의 말이다. “독자는 저자가 피와 눈물로써 쓴 글만을 좋아한다.” 나는 이 작품을 구상하고, 취재하고, 집필하는 동안 내내 행복했다. 아울러 이 작품을 쓰고 가다듬는 동안 나이에 걸맞지 않게 여러 차례 눈물을 쏟았다. 장지수, 그 친구를 오랜만에 만났기 때문이다. 그는 고교 시절 가난한 친구를 감싸주었던, 그야말로 목숨이 아깝지 않은 문경지우(刎頸之友)다. 하지만 나는 이승에서 그에게 빚만 잔뜩 졌다. 그래서 이 작품은 그의 영혼 앞에 생전의 빚을 갚는 헌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