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세 있는 집 대문에 이르면 발꿈치가 쑤셔 대고
높은 이들에게 절하려면 몸이 기둥처럼 뻣뻣해진다네.”
허균은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시인이자 사상가, 혁명가이다. 평탄하고도 안락한 인생을 살 수도 있었지만 그는 자신이 가지고 있었던 기득권을 과감하게 포기했다. 신분이나 지위보다는 재주를 중요시하는 집안 어른들의 진보적 생각 덕분에 그는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었고, 보다 넓은 세상을 경험할 수 있었다. 입신양명을 최고의 이상으로 삼았던 다른 양반들과는 달리 허균은 불교, 도교 등 다양한 분야의 사상들을 공부했으며, 그것 때문에 비난을 받으면서도 당당하게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이러한 이유로 허균의 벼슬 생활은 순탄치 못했고, 끝내는 혁명을 도모하다 발각되어 처형당했다. 그의 이름은 조선 왕조가 끝날 때까지 성인 ‘허’는 삭제된 채, ‘균’으로만 불리었다.
『청소년을 위한 허균 산문집 홍길동전』에는 허균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산문 65편, 그리고 대표작인《홍길동전》이 실려 있다. 허균의 도교에 대한 관심, 기득권을 버리고 남들과 다르게 살면서도 언제나 당당했던 기상, 폐쇄적인 조선 사회에 대한 그의 안타까움, 그가 겪어야 했던 고통과 갈등, 그리고 상식과 다양성이 존중받는 사회에 대한 고민이 작품 곳곳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이러한 허균의 작품들을 청소년들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도록 문장을 다듬었으며, 단어에 대한 설명도 풍부하게 실었다. 경직된 조선 사회가 받아들이기에는 너무나도 자유로웠던 지식인, 허균. 그의 모습을 통해 우리는 아직까지도 다양성을 온전히 존중하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되돌아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