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를 잘하려면 모국어부터 제대로 공부해야”
그의 뛰어난 필력과 입담, 언어 감각은 어디서 오는가
일본의 러시아어 통역사이자 작가, 요네하라 마리의 열다섯 번째 번역서 『언어 감각 기르기』가 출간되었다. 독특한 이력과 방대한 지식을 유쾌하게 풀어낸 그의 필력은, 국내에도 ‘마리 마니아’층을 형성할 정도로 정평이 나 있다. 일본에서는 필력 못지않게 직설적이면서 유머러스한 입담으로도 유명한데, 그 필력과 입담, ‘언어 감각’은 어디서 비롯했을까.
이 책에서 많은 대담자들은 동시통역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궁금해한다. 화자의 발언 속도에 맞춰 옮겨서 전달하는 일이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요네하라 역시 처음엔 못하겠다며 헤드폰을 내팽개치고 부스를 뛰쳐나왔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스승이 해준, “이해한 부분만 통역하면 된다”란 말을 듣고 돌아왔다고. 그러면서 점차 깨달아간다. “말이 아닌 의미, 정보를 전달한다는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며, 단어 수(정보)가 많다고 청자에게 잘 전달되는 것은 아니란 사실을 말이다. 말보다 ‘의미’가 중요하다. 이는 통역뿐 아닌 모든 언어생활에 적용된다는 게 요네하라의 관점이다.
『언어 감각 기르기』는 요네하라 마리가 일본의 명사 11인과 나눈 대화를 담았다. 과학, 문학, 정치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드는 대담으로, 그가 뛰어난 통역사이자 작가로서 입지를 굳힌 비결을 확인할 수 있다. 스스로 자신의 ‘원점’이라 밝히는 프라하 소비에트 학교에서의 수업은 우리 교육 방식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한 30년 가까운 통역 경험을 바탕으로 말을 어떻게 이해하고 표현하는지를 손에 잡힐 듯 그려 보인다. 이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건 요네하라 특유의 비판의식과 재치다. 때로는 진지한 어조로, 때로는 농담과 유머로 받아치는 자유분방한 대화. 그 가운데 요네하라 마리의 언어관, 인간관, 세계관, 심지어 이성관까지 고스란히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