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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복의 성자
글쓴이
아룬다티 로이 저
출판사
문학동네
출판일
2020년 2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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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미지

아룬다티 로이

1961년 인도의 메갈라야 실롱에서 태어났다. 부모의 이혼으로 외가인 케랄라에서 지내다가 1977년 델리로 이주해 건축설계학교에 입학했다. 졸업 후 국립도시문제연구소에서 일하던 중 독립영화 감독 프라디프 크리셴을 만나 영화 〈매시 사히브〉에 주인공으로 출연했으며, 그뒤 크리셴과 결혼했다. 이후 영화 〈애니〉 〈전기 달〉, TV 시리즈 〈바르가드〉 등을 크리셴과 작업하고 영화 비평 「인도의 대단한 강간팔이」를 발표하는 등 영화인으로서 이력을 쌓아가던 로이는, 상업적인 논리로 움직이는 영화계에 염증을 느끼며 오랫동안 생각해왔던 문학으로 방향을 튼다. 1992년부터 집필에 몰두해 1997년 발표한 첫 소설 『작은 것들의 신』이 부커상을 수상하면서 아룬다티 로이는 일약 세계적인 작가로 발돋움했고, 그로부터 20년 만에 발표한 두번째 소설 『지복의 성자』 역시 2017년 맨부커상 후보에 오르는 등 소설가로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소설 외에도 『자본주의: 유령 이야기』 『생존의 비용』 『9월이여, 오라』 『보통 사람들을 위한 제국 가이드』 『아룬다티 로이, 우리가 모르는 인도 그리고 세계』 『박사와 성자』 등의 논픽션을 펴내며 인도를 비롯한 전 세계의 착취와 차별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왔다. 랜넌 재단의 문화 자유상, 시드니 평화상을 수상했으며 2014년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이름을 올렸다. 2020년 제4회 이호철통일로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어머니 내게 오시네』로 2025 전미도서 비평가협회상 회고록 부문을 수상했다.

책 소개

분야소설/시/희곡
현실의 그림자로 살다가 역사의 얼룩으로 스러지는
가장 비속하고 성스러운 이들에게 바치는 찬가

“모든 것이 무너질 때, 유일한 윤리적 행위는 그것에 대해 말하고, 쓰고, 행동하고, 노래하는 것이다.” _아룬다티 로이([이코노믹 타임스] 인터뷰 중에서)

1997년 데뷔작 『작은 것들의 신』으로 단번에 부커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던 인도 작가 아룬다티 로이의 신작 장편소설 『지복의 성자』가 출간되었다. 첫 작품 이후 인권운동가이자 환경운동가로 왕성하게 활동하며 사회참여적인 에세이에 힘을 쏟아온 그가 무려 20년 만에 내놓은 두번째 소설이다. 소설가로서 긴 침묵 끝에 발표한 신작이었기에, 평단과 독자의 반응도 뜨거웠다.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작은 것들의 신』에 이어 이 작품 역시 맨부커상 후보에 올랐다.

인도 델리와 카슈미르 지역을 주요 배경으로, 1950년대부터 현재까지 수십 년을 오가며 펼쳐지는 이 장대한 이야기 속에는 다양한 형태와 양상을 띤 삶과 죽음이 처절할 만큼 생생하게 담겨 있다. 작가는 종교와 계급과 파벌 간의 첨예한 갈등으로 죽음이 일상이 되어버린 인도의 참혹한 현실을, 특히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억압받고 배척당하는 이들의 고난을 강렬하고 유려한 문장으로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그러나 작가가 분열로 고통받는 고국을 바라보는 눈길은 타자를 향한 대상화의 시선이 아니라 공감과 연민이 담긴, 철저히 내부자적인 것이기에 혹독하면서도 애처롭고 애틋하다. 그 시선은 매일같이 수많은 이들의 삶이 무참하게 저무는 황폐한 땅 위에서 멎지 않고, 더 깊은 곳까지, 벌어진 상처 깊숙이 희망이 끝내 뿌리를 내리는 곳까지 가닿는다.

아룬다티 로이는 『지복의 성자』를 10년 동안 집필했다. 이야기의 씨앗을 품은 세계가 다가와 내면에 터를 잡고, 길을 닦고, 서서히 모양새를 갖출 때까지 재촉하지 않고 묵묵히 기다렸다. 그렇게 기나긴 숙고의 시간을 거쳐 섬세하고 생동감 넘치는 언어로 쌓아올린 이 작품 속에서는 모든 것이 살아 있다. 인물과 동식물뿐 아니라 사물과 공간까지도. 중요한 것은 이러한 생동감이 단순한 문학적 기교가 아니라 작가가 추구하는 작품 세계의 본질이라는 점이다. 로이가 지향하는 문학은 그저 눈으로 감상하는 평면적인 풍경이 아니라 독자들이 직접 거닐며 체험할 수 있는 삼차원적인 공간이다.

작가는 실체적 진실이 힘을 잃어가는 시대에, 오직 소설만이 우리 사회의 본모습을 거짓 없이 보여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지복의 성자』가 정치적인 선언이라는 평가에 대해서는, “소설은 현실을 다루어야 하지만, 나는 현실을 다루기 위해 이 소설을 쓴 것이 아니라, 그저 현실을 외면하지 않았을 뿐”([보그] 인터뷰 중에서)이라 반박했다. 물론 이 작품은 인도가 영국으로부터 분리독립한 이후 분쟁과 내전이 끊이지 않는 카슈미르의 현실과, 2002년 구자라트에서 이슬람교도를 상대로 벌어진 학살 등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역사적 사건들은 작품 외적인 맥락 때문이 아니라, 등장인물들이 처한 작품 내적인 현실로서 온전히 기능하기에 설득력을 가진다. 그리고 그럴 때에야, 소설이 소설로서 완전할 때에야 문학은 현실에 균열을 일으킬 수 있다. 로이는 20년 전에 그랬던 것처럼, 오직 훌륭한 문학만이 낼 수 있는 목소리로 세상의 작은 존재들에게 진실한 애도와 사랑과 혁명의 시를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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