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창녀’라는 운명 앞에 선 유리카
“원하는 대로 안 될 거라면 내가 먼저 세계를 배신해버리면 된다.”
나카무라 후미노리의 신작 장편소설 『왕국』. 이 소설은 작가가 후기에서 밝히고 있듯 『쓰리』의 자매편이다. 작가는 여러 인터뷰를 통해 언젠가는 『쓰리』에서 다 하지 못한 이야기를 쓰겠다고 말했고, 2년 뒤인 2011년 ‘매춘’을 소재로 발표한 작품이 『왕국』이다. 하지만 뒷이야기 개념의 ‘속편’이 아니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는 의미의 ‘자매편’이다. 그의 등단 10주년 작품이자 열 번째 소설인 이 소설은 그가 유일하게 여자를 주인공으로 삼은 작품으로, 전작들에서 보여준 세계관의 밀도와 압축적이면서도 극적인 서사가 정점에 이르러 있다.
『쓰리』,『왕국』이 두 작품은 소재도 서사도 다르지만 강력한 연결 고리가 있다. 『쓰리』에서 주인공인 소매치기 ‘니시무라’의 운명을 거머쥠으로써 스스로 신(神)적인 쾌감을 맛보는 ‘기자키’가 『왕국』에도 등장한다. 기자키가 이번에는 매춘 여성 ‘유리카’의 운명을 손에 쥐고 선악의 경계를 넘나든다. 기자키는 ‘인간과 세계를 컨트롤하는 압도적 섭리’를 상징하는 인물로, 『쓰리』와 『왕국』은 바로 그 모종의 지배력에 대한 한 개인의 싸움을 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