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절반의 은둔이 필요한 시간
가식과 위선을 벗어던지고 인생의 맨 얼굴을 탐구하기 위하여
누구나 그런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억지로 하고, 분위기를 맞추려고 억지웃음을 짓고,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을 만나고……. 그리고 이런 행동을 두고 어른스럽다고 생각한다. 정말 그런 것일까? 인생은 짧고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 이 한정된 시간을 세상의 기준에 맞춰서,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면서, 진정으로 원하는지 어떤지도 모를 것을 열망하면서 아등바등 보내야 옳은 것일까?
여기,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은 만나지 않고 부모님의 부고도 알리지 않고 조카의 결혼식에 초대를 받아도 가지 않고 아내와 자식과는 멀리 떨어져서 사는 이상한 철학자가 있다. 나카지마 요시미치는 ‘죽음’을 생각하면 세상의 기준은 뒤로 물러나고 개인적이고 소소한 일들이 중심으로 떠오른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그가 모든 것을 버리고 세상을 등지고 혼자서 살아가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절반의 은둔, 즉 ‘반은둔’의 삶을 제안한다. 적당히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자기 자신을 잃지 말라고, 세상은 절반 내려놓고 온전한 자기 자신을 찾으라고 말이다. 반은둔은 삶에서 불필요한 온갖 잡다한 것을 내려놓고, 진정으로 중요한 것을 찾아가는 철학적 여정이다.
책에서 권하는 대로 반은둔의 삶을 살면 어쩌면 세상과 불화할지도, 성공과는 조금 멀어질지도 모든다. 하지만 반은둔을 선택한다면 자기 자신을 더 이상 속이지 않아도 된다. 또한 ‘진정한 나’를 탐구할 수 있고 인생의 맨 얼굴을 마주할 수 있다. 특히 저자는 삶의 보람을 발견하지 못하는 사람, 뭘 해도 만족스럽지 않으며, 뭘 해도 시시한 사람, 죽고 싶지도 않지만 이대로 어영부영 살아가는 것도 견디기 힘든 사람에게 반은둔의 삶의 방식을 권한다.
책에 수록된 니체, 세네카, 괴테, 스피노자, 나쓰메 소세키, 요시다 겐코, 파스칼, 하이데거, 미시마 유키오 등등 유명 철학자와 문인들의 말을 종횡무진하다 보면, 어째서 인생을 절반 내려놓아야 하는지 자연스럽게 이해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먼저 반은둔의 삶을 살았던 나가이 가후, 도연명, 루소, 데이비드 샐린저, 글렌 굴드, 하라 세츠코 등의 삶을 엿볼 수 있는 것도 이 책의 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