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아직도 제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를 가리키는 ‘전후’라는 개념을 빈번하게 사용하고 있다. 일본과 함께 세계대전의 한가운데에 있었던 독일이나 유럽의 많은 국가들이 1960년대를 지나면서부터 ‘전후’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일본인들에게 ‘전후’란 과연 어떤 의미일까? 왜 이토록 전쟁 이후를 강조하는 것일까?
『‘전후’의 탄생』은 제국주의 침략을 정당화하는 역사 왜곡의 시도, 민주화의 흐름을 거스르는 우경화의 흐름, 평화헌법 개정 시도를 필두로 한 군사주의화에 이르기까지, 갑작스럽게 많은 가치가 전도된, 일본의 모순적인 ‘현재’를 설명하기 위해 ‘전후’의 기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고 ‘전후’ 일본을 재건하는 과정에서 봉인되었던 것들을 끄집어냄으로써,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자 한다. 일본 연구자들의 다양한 주제의 논문들을 바탕으로 일본의 ‘전후’가 국민국가의 건설과 미국 주도의 안보체제에의 종속, 제국주의적 과거에 대한 책임연관의 봉인 등이 뒤얽혀 형성되었음을 밝히고 있다. 해방 직후 한국과 일본의 관계, 그 안에 해결되지 못한 채 미봉되어 있는 다양한 문제점들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