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경전, 빼앗긴 자와 쫓는 자 그리고 빼앗은 자들의 이야기
다이 시지에의 세 번째 장편소설. 전작들과 달리 프랑스인 여대생을 화자로 내세워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번에는 서양 문물이 아닌 중국의 뿌리 중 하나인 불교로 눈을 돌려 신비에 싸인 경전에 연루된 여러 인물이 겪는 파란만장한 삶을 이야기한다. 프랑스인 유학생 ‘나’는 베이징에서 우연히 만난 중국인 역사학자를 통해 역대 황제의 수장품이었다가 사라진 툼추크 경전에 얽힌 이야기를 듣게 되고, 프랑스인 동양학자 폴 당페르와 중국 몰락 귀족의 딸 사이에서 태어난 ‘툼추크’와의 운명적인 만남으로 사랑에 빠지지만 이별하게 된다. 오래전 경전의 반쪽을 해독했으나 중국 정부에 빼앗기고 수용소에 수감되었던 폴 당페르가 누명을 쓰고 살해되자 그 소식에 절망한 툼추크가 중국을 떠나면서 ‘나’는 2년간의 유학 생활을 마치고 파리로 돌아온다. 여기까지가 1부의 내용이다. 1부에 등장하는 툼추크 경전 절반은 폴 당페르가 해독에 성공한 것으로서 달도 뜨지 않은 밤에 산속을 걷던 나그네가 발을 헛디뎌 천길 절벽의 풀 한 포기에 매달린 절박한 상황을 이야기하고 있다.
사라진 나머지 반쪽은 마지막 에필로그에서 마침내 해독되는데, 죽음을 각오한 나그네가 손을 놓으라는 경전의 말씀에 따라 손을 놓자 절벽 아래가 아닌 바로 그냥 바닥에 사뿐히 내려앉았다는 이야기이다. 비로소 살기 위해 놓지 못하던 것을 놓으라는 불가의 가르침, 그 커다란 깨달음을 전해주는 대목으로 소설은 대미를 장식한다. 소설의 전반부는 툼추크 경전을 해독하기 위해 노력한 인물들의 이야기로 채워지고 후반부에서는 여전히 툼추크를 잊지 못하고 실의에 빠진 ‘나’가 방황하는 이야기와 함께 경전의 나머지 반쪽을 다시 찾아 나서는 그리하여 해독하기에 이르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툼추크어로 쓰인 잃어버린 족자를 둘러싼 이야기들이 켜켜이 쌓여가는 동안 거대한 중국 대륙의 역사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