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나라가 아니다
우리에게 나라는 없다”
“이 소설은 위험하게 사는 자들에 관한 이야기다.
단언컨대, 세상은 지금 안전하지 않다.
그러니 어떻게 할까? 이 소설은 이 질문과 무관하지 않다.”
_‘작가의 말’에서
흥선대원군 앞에 한 사내가 슬며시 나타난다. 나라에서 철통같이 에워싼 운현궁 노안당을 제집 들듯이 들어온 사내는 “백성을 위하여 한번 죽고자” 하며, “반도 상도 없이 두루 공평한 세상”(11쪽)에 대해 논한다. 초목마저 떨게 하던 흥선대원군 앞이었다. 사내의 이름은 김봉집이라 했다. 대원군이 재차 본명을 묻자, 사내는 “전봉준이라 쓰기도 하고, 김봉집이며 김봉균이 모두 이름이요, 자는 명숙이라 하며 동무들은 녹두”(13쪽)라 부르기도 한다고 했다. 전봉준이 돌아간 후 대원군은 끙끙 앓는다. 그해 정월, 전봉준 송두호 정종혁 김도삼 송대화 황홍모 김응칠 최경선 등의 이름이 적힌 통문이 돌았다. 그들은 군사를 모아 고부군수 조병갑을 몰아낸다. “조선의 명운”이 달린, “조선의 마지막 기회”(25쪽)였던 농학농민혁명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