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하지 않아도
찾아오는 얼굴들……
치료제가 아닌 진통제만 난무하는 거리에서 사랑도 연애산업의 전단지로 유통되고 대책 없는 긍정주의가 치료시기를 늦추게만 했으니 상대를 사랑한 게 아니라 단지 사랑을 사랑했던 건 아니었는지 돌아보게 만드는 책이다. 또한 「한겨레신문」 탁기형 기자의 감성적 사진들과 전영관 시인의 문장이 공명하는 책이다.
시인인 전영관은 상처를 정면으로 응시하라 말한다. 힐링프로그램이 감기약처럼 팔려나가는 세태를 걱정한다. 누군가의 덕담 몇 마디로, 안온한 문장으로 치유될 거라면 그건 상처라고 할 수 없다는 저자가 동아리 선배처럼 친근하다. 숨이 끊어진 이후에 낸 상처는 어떤 약으로도 치유되지 않는다. 결국 상처란 치료제의 효능이라기보다 자신의 내부로부터 스미어 나오는 콜라겐의 힘으로 메워지는 자리다. 정신과 육체가 살아 있으니 상처가 나는 것이다. 생생함의 증거고 달라질 수 있다는 예감이다. 힐링프로그램을 찾을 시간이 있다면 고요히 자신의 내부를 들여다보라는 저자의 완곡함에 신뢰가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