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세대 작가이면서 전전세대의 의식을 가지고,
현대 도시에서 살아가는 지식인의 소외의식을 형상화한 작가
1921년 평안북도 용천에서 태어난 김광식은 1954년 《사상계》를 통해 단편「환상곡」을 발표하면서 문인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그가 문단에 들어선 때는 6·25 직후라 신인 등용의 제도가 없었기 때문이다. 김광식은 전후세대 글을 발표하기 시작한 작가이지만, 그의 작품은 전전세대의 의식을 품고 있다. 이는 김광식이 자신의 인생에서 겪어야만 했던 태평양전쟁과 6·25전쟁이라는 두 큰 전쟁이 인간의 삶을 황폐화시켰다고 보는 작가 의식이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 김광식은 두 전쟁으로 인해 식민지 지식인, 학병 도피자, 월남, 부산 피란살이, 수복 후 서울에 정착하는 커다란 변화를 겪어야만 했고 이는 당연히 작가의 심리적 측면에 지대한 영향력을 끼칠 수밖에 없다. 또한 김광식의 삶을 살펴보면 유년 시절을 제외한 거의 모든 시간을 동경, 잉커우, 부산, 서울 등 도시의 한 중심에서 생활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그는 자신의 작품에 도시인의 비극성을 문제의식으로 표출할 수 있는 지식인들을 형상화한다.
김광식의 작품에서 도시는 지식인에 속한 인간들이 문명화가 갖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노출하는 배경으로 작용한다. 이 때문에 작중인물들은 거의 예외 없이 박탈감, 결핍감, 상실감, 무력감, 고립감, 불안, 공허 등을 보인다. 작가는 이 도시를 통해 인간이 갖고 있는 소외의식을 드러낸 것이다. 한국전쟁 후 우리나라 문단에 유입된 소외의 개념은 역사철학적 관점으로 김광식의 소설에서 작가의식으로 드러나고 있는 소외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