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말, 말과 세계의 관계를 시로 형상화시킴으로써
한국시의 현대성을 갱신하고자 했던 사유의 시인 송욱!
《문예》에서 서정주의 추천을 받으며 시작 활동을 시작한 송욱은 현대 인간의 문제를 끈질기게 사유하며 고유한 시학을 완성하고자 노력한 시인이다. 그는 인간의 사상과 감정, 그리고 시대와 역사와 전통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시를 꿈꾸었으며, 사유에 시라는 옷을 입히거나 시에 사유를 얹는 방식이 아니라 시의 운율과 더불어 사유가 전개되는 시를 썼다. 말의 소리가 빚어내는 속도와 음영 속에서 사유가 육화되는 장면을 우리는 그의 시를 통해 체험할 수 있게 된다.
송욱은 동시대 젊은 시인들과 시인 지망생들에게 큰 자극이 되었다. 그의 모험은 시단에서 상당히 이채로운 것이었기 때문이다. 시언어에 대한 그의 민감성이 시인의 개성이나 주관성에서 분리되어 시대와 역사와 조응되고 있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에게 시는 그 자체로 완전한 것이었다. 모더니즘과 리얼리즘, 그리고 전통시 등의 구획은 그의 시적 관념에서 보면 무의미한 것이었다. 그는 시 장르의 미적 자율성에 누구보다 예민했지만 시를 시대와 역사, 문명과 사상 속에서 이해하고 시세계를 전진시켜 나갔던 시인이었다.
그의 시적 생애는 시를 통해 정신과 육체를 하나의 생명 속에 통합하고자 했던 모험이라고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송욱에 대한 연구는 아직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 「하여지향」 연작시를 중심으로 현실인식과 풍자정신이 집중적으로 논의되고, 이후 시집 『월정가』에서 육체와 관능성에로의 시적 변모에 대한 규명이 이루어졌지만, 그의 시정신이 격변의 한국역사와 어떻게 만나고 있는지, 송욱 시의 미적 자율성이 보여준 정치성은 무엇이었는지 등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이는 송욱을 동시대의 다른 시인들과 함께 대조하는 과정에서, 그리고 당대의 문화적 담론 지형 속에서 살필 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