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시선으로 바라본 현대사
역사는 여전히 ‘가위와 풀의 역사’이고 ‘과거와 현재의 대화’이다.『대한국민 현대사』에는 40대 중반에 접어드는 아들이 20대 중반에서 50대 후반에 이르러 돌아가실 때까지 나이 들어가는 아버지와 나눈 이야기가 담겨 있다. 아들은 20년 전 아버지가 남기고 간 스크랩북을 펼치는 순간부터 아버지의 생소한 얼굴과 만나며 깜짝 놀라기도 하고, 미처 몰랐던 한국 사회의 역사적 사건들을 공부하면서 우리 현대사의 내밀한 모습을 찾아간다. 당시 시대상과 분위기를 만나는 흥미로운 역사서이자, 스크랩과 메모를 통해 아버지와 그 세대를 추억할 수 있는 매개체이기도 하다.
신문 스크랩을 하는 사람은 많아도, 정작 해놓은 스크랩을 잘 써먹는 사람은 많지 않다. 더구나 20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가 50여 년 전에 시작한 스크랩이 아들의 손을 거쳐 책으로 나온다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저자는 당시의 역사를 현장에 서 있었던 국민의 시선에서 바라본다. 그 덕분에 어느 현대사 책에서도 자세히 다루지 않는 우리 역사의 촘촘한 단면들, 그 당시를 지배한 일상의 기억들을 머릿속 저편으로부터 가져올 수 있다. 예를 들어, 길을 가던 기자가 우연히 5.16 쿠데타 군의 공습을 직접 목격하면서 써내려간 특종 기사를 통해 긴박했던 그날을 매우 생생하게 보여준다.
아버지가 남긴 34년간의 신문 스크랩을 재료로 아들인 저자가 뼈대를 세우고 살을 붙여 내놓은《대한국민 현대사》는 권세 잡은 이들만의 역사를 좇는 일반적인 역사서와는 전혀 다른 특별함이 깃들어 있다. 위세 등등하던 그들과 함께 그 시절을 살아낸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받아들인 일상에 관한 역사책이다. 이승만의 공과, 박정희의 18년간의 통치, 전두환과 민주화 시위 등등 현대사의 굵직한 단면들에서 당시 일상을 지배한 각종 재난과 사건사고까지 한 사람의 국민이 바라본 시선으로 역사를 담아놓았다. 덕분에 어느 현대사 책에서도 자세히 다루지 않는 우리 역사의 촘촘한 단면들, 그 당시를 지배한 일상의 기억들을을 하나씩 꺼내어 볼 수 있다. 휘몰아치는 역사의 소용돌이를 살아내야 했던 사람들을 찾아가는 타임머신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