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문관은 송(宋)의 무문혜개(無門慧開, 1183~1260) 선사가 1228년에 출간한 공안(화두, 선문답)집입니다. 선사가 직접 고른 48칙의 공안에 일종의 힌트와 같은 간략한 평(評)과 송(頌)으로 구성되어 있다. 흔히 ‘선종 최후의 공안집’이라 불리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그다지 널리 유통되거나 알려지지 않았다. 근래 들어 여러 무문관 번역서들이 출판되었는데, 대부분 원문에 대한 번역과 각칙 공안에 대한 해설로 구성되어 있다. 번역은 그렇다 치고 그 해설이란 것이 심하게 말하면 창작 소설 수준에서 철학 논문과 같은 것에 이르기까지 중구난방이다.
그러다 역주(譯註)자인 심성일 선생은 우연히 근세 우리나라의 큰스님 설봉학몽(雪峰鶴夢, 1890~1969) 선사의 법어집인 설봉대전에서 무문관에 다시 평송을 한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즉, 무문관 48칙 공안에 대해 설봉 스님 나름의 안목으로 평과 송을 붙인 것이었다. 설봉 스님이 남기신 법어와 함께 평송을 살펴보니 역주자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할 만큼 선지(禪旨)가 분명한 것이기에 함께 엮어 책으로 만들게 된 것이다. 그리고 역주자는 자질구레한 군더더기 해설 대신 촌철살인으로 직지인심(直指人心)할 수 있는 기연이 될 만한 설화들을 덧붙여 보았다. 역주자인 심성일 선생은 “세상 사람들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못한 설봉 스님과 그 분의 선풍을 제 부족한 솜씨로나마 되살려 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부끄러움을 알면서도 작업을 포기하지 않았니다. 행여 제 불찰로 선사의 뜻이 잘못 전달되었다면 그것은 어디까지나 호랑이를 그리려 하면서도 겨우 고양이밖에 그리지 못하는 저의 미숙함 때문일 것”이라 출간 의도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