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물결을 타고 유영하는 김민철의 첫 시집
‘순간의 몰두’로 그려 낸 우아하고 섬세한 풍경화
시인 김민철. 그의 첫 시집을 소개하기에 앞서 솔직해지기로 한다. 그는 문단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거나 왕성하게 작품 발표를 하는 그런 시인은 아니다. 한 가정의 평범한 가장으로 아등바등 생계를 책임지는 우리의 흔한 이웃이면서도 시 쓰는 일을 부질없다 하지 않고, 유일한 자기 안식과 구명으로 여기는 순결한 시인이다. 누군가는 그를, 세상의 부름 없이도 오직 자신의 시세계를 개척하고 구축하는 독고다이의 시인이라고 부른다. 시인은 본류와 유행에서 한걸음 벗어나 있으면서도 삶에 대한 섬세한 감각을 유지하고, 삶의 안과 바깥을 살피며 자기의 시 안에서 심리적 변경의 수축과 확장을 주관하고 있다.
시 속에서 시인 김민철은 유영한다. 심해를 헤엄치는 한 마리 물고기처럼. 깊은 물의 압력을 뚫고 물결 따라 유유히 흘러 다니는 그의 몸짓은 짐짓 여유롭다. 더 빨리, 더 멀리 나아가고자 초조해하거나, 자신을 삼키려는 뭇 대상이 두려워 움츠러드는 일이 결코 없다. 다만 그는 천천히 그리고 잔잔히 물결을 타고 흐르며 자신에게 찾아드는 어떤 ‘순간’을 포착하는 일에 몰입할 뿐이다. 삽시간에 휘발되어 버리는 찰나의 순간들이 그에게는 시가 되고 노래가 되는 까닭이다. 그래서일까. 그의 시는 우아하고 섬세하다. 그에게 다가온 ‘순간’을 가슴에 걸어 둔 채 오래도록 들여다보고 음미하여 한 폭의 풍경을 그려 내기에 그윽하기까지 하다.
그의 등단작 「풍경 재봉사」에는 그런 그의 시적 특성이 집약되어 있다. 그가 등단한 2012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본심 심사위원 황동규?정호승 시인은 그의 시가 “유행과 시류에서 벗어난 점이 무엇보다 장점”이라며 “신선하고 아름답다”고 평한 바 있다. 과연 “시의 아름다움이 지향하는 자리, 시적 사유가 머물러야 하는 자리를 정면으로 응시”(해설, 「순간과 몰두의 시」)하는 그이기에 두리번거리거나 곁눈질하지 않고 심해를 유유히 흘러 다니며 신선하고 아름다운 풍경들을 그려 낼 수 있는 것이다. “추억이 많은 사람은 행복하다”(‘시인의 말’)는 사실을 믿는 그로서는 자신에게 안겨 온 의미 있는 순간들을 ‘추억’으로 간직하기 위해 시를 쓰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언젠가 우리에게” 새로운 의미로 다가올지 모를 ‘순간’의 풍경들. 그 속으로 들어가 시에 아로새겨진 ‘삶결’을 따라 천천히 유영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