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한 살의 봄, 여섯 살 아들과의 여행. 30대에 잡지 편집장으로 취임했다. 유명한 잡지였고 내가 맡고 나서 잡지의 판매 부수가 쭉쭉 늘기 시작했다. 기쁘다기보다 긴장감이 앞섰다. 내가 마음을 내려놓으면 성적이 금방 추락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에 휩싸였다. 일하는 시간은 더욱더 길어졌다. 집으로 돌아온 뒤에도 컴퓨터를 켜고 일에 힘썼다.
어느 날 갑자기 더 이상 일을 계속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나는 회사에 사표를 제출했다. 나의 정신 상태가 이상해졌다는 사실은 회사의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일자리는 잃어도 자존심만은 지키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런 나를 가족이라면 따뜻하게 맞아 주리라고 기대했는데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아내와 대화하는 시간은 하루에 몇 분 되지 않았고, 유치원에 다니는 아들은 나를 상대조차 하지 않았다. 자존심을 위로해 주는 것은 가족뿐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것은 착각이었다.
잘못이 나에게 있는 것은 분명했다. 나는 최근 몇 년 동안이나 집에 붙어 있지를 않았으니까. 퇴직 후의 일은 생각조차 해본 적 없었다. 전직이고 창업이고 생각할 기력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나의 처지는 순식간에 달라졌다. 직업 없음, 수입 없음, 게다가 정신 상태도 이상해졌음. 그뿐인가, 가족마저 등을 돌렸다. 아들과 친해지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이게 당분간 내 유일한 목표이자 생각할 거리가 될 것 같았다. 이조차 없으면 무엇을 계획하며 살 것인가. 아득했다. 뭔가 숙제가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어떤 생활이 기다리고 있을지는 상상이 되지 않았지만, 아들과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것만은 분명했다. 내게 그것은 단 하나의 계획이자 단 하나의 희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