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나는 당신 몸에 숨는다』는 세계와 자아의 거리를 예민하게 의식하면서 세계의 깊은 곳으로 힘겹게 파고들어 가는 과정을 시적으로 잘 형상화하고 있다. 한성희의 시는 분열된 주체를 인식하는 것에서 출발하여 자신을 타자화하는 과정을 거쳐 궁극적으로 ‘나’의 근원을 탐색하는 시적 여정이다. 시인은 존재의 근원을 찾기 위해 ‘죽음’을 ‘나’로부터 분리하는데, 이때 죽음의 징후를 포착하는 시인의 날 선 감각은 빛난다. 해설을 쓴 이성혁 문학평론가의 말을 빌리면 한성희 시인은 “시 쓰는 자의 죽음으로써 시가 탄생”하는 역설을 통해 미학적으로 완성도 높은 시 쓰기를 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