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충분히 남자다운가?
진짜 남자이고 싶다면 지금까지 알고 있던 모든 남성성을 배반하라!
프랑스의 젊은 철학자 뱅상 세스페데스가 『남자답지 않을 권리』를 통해 표류하고 있는 이 시대 남자들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자신감을 상실하고 주눅 들어 버린 남자들, 포르노에 탐닉하고 스마트폰과 페이스북에 몰두하는 남자들, 관계맺기를 거부하고 스스로를 자신만의 방에 가두어 버린 남자들의 이야기다. 하지만 그는 그런 위태로운 남자들을 위로하거나 변호할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다. 그가 보기에 이런 남자들은 ‘남성성’을 상실한 무기력한 남자일 뿐이다.
그가 말하는 ‘남성성’은 ‘에로틱한 남성성’, ‘배반하고 저항하는 남성성’, ‘부족함과 나약함을 인정할 줄 아는 남성성’이다. 세스페데스는 진짜 남자가 되려면 “죽을 지경에 이를 정도로 남성 호르몬이 넘치게 주입된 육체라는 욕망의 장소, 바로 그곳”인 ‘남근’에서부터 남자의 “감정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남근은 생물학적으로나 실존적으로 “아름다움을 생산하고, 확고한 것들에 대해 환상을 품게 하고, 감정을 뒤흔드는 카오스와 외부의 소란”에 남자를 적응시키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남자답지 않을 권리』는 성적인 에너지로 가득하다. 남근이 가진 생물학적이고 실존적인 특징이 온전한 남성성의 근원이며, 그것을 획득하도록 돕는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 책이 페미니즘의 관점에서 남성성을 다루는 여타의 책과 뚜렷하게 차별되는 지점도 바로 여기에 있다. ‘남근’에서 철학적 사유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점. 이것이 이 책의 미덕이기도 하지만, 이 책을 위태롭게 만드는 지점이기도 하다. 물론 이 책은 정통적인 페미니즘 이론으로 무장한 책은 아니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그가 마초들과는 다른 의미에서 남근 숭배를 보이는 것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이 의미 있는 이유, 이 책의 원제가 『L’homme explique aux femmes(여자들에게 설명하는 남자)』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한계가 있을지언정 남성의 언어로, 남성의 목소리로 남자의 이야기를 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그의 시도 속에는 남성과 여성의 경계를 넘어 우리 모두에게 의미 있는 이야기들이 반짝거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