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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름길을 두고 돌아서 걸었다
글쓴이
박대영 저
출판사
더난출판사
출판일
2020년 3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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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미지

박대영

앞만 보고 달렸고, 그렇게 나이를 먹었다. 그러다 문득 중년이라는 고갯마루에 멈춰 서서 지나간 날들을 되돌아본다.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처음으로 나 자신에게 제대로 된 질문을 던진 시기가 아마도 마흔 즈음이었을 것이다. 조금은 고달프고 아쉬웠던 삶의 여백을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채워야 했다. 그 방법은 바로 느려도 늦지 않은 삶, ‘걷기’였다.

때때로 지름길을 두고 돌아서 걸어도 좋았다. 잊고 살았던 싱그러운 바람을 느끼며, 수줍은 듯 고운 들꽃의 미소에 화답하기도 하면서 걸었다. 그 길 위에는 새로운 삶이 있었다. 정겨운 사연들은 아마도 덤이었을 것이다. 길은 어디에나 있었고, 그곳이 어디든 걸어야 할 이유 또한 충분했다. 언젠가는 한적한 어느 산골에서 낮에는 밭 갈고 밤에는 별을 헤고픈 소망 하나를 보석처럼 품고 살고 있다.

도보여행가…라고 쓰고 겸연쩍은 웃음을 흘리는 중년의 사내. 이리저리 흘러온 삶이 못내 아쉬워 자다가 벌떡 이불 킥을 날리면서도,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아 있다는 사실에 안도하는 철없는 남자다. 그래서 걷는다. 흔들리면서, 비틀거리면서도 가야 할 길을 잊지 않고 걸어간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뛴다. 그 길 위에 책이 있다. 흔들리는 나를 붙잡아주는 길 위의 도반. 오래된 지혜로운 이의 속삭임은 늘 어깨를 토닥이고 등을 떠민다. 산다는 건 여행이고 여행은 길이다. 길 위로 흩뿌려진 사연들을 주워 담으니 글이 되고, 책이 되는 즐거움에 미소 지으면서도, 부족함은 늘 아프다. 하지만 가시 박힌 손가락의 각성은 자신을 사랑하라 다그치며, 또 껴안는다. 길 위의 사유와 성찰은 인간을 묻고, 나를 물으니 그래서 인문학이 된다.

SBS에서 30년째 방송기자로 일하고 있다. 언젠가는 꽃피는 산골에서 낮에는 밭 갈고 밤에는 별 헤는 삶을 소망하며 살아간다. 지은 책으로 도보여행 인문 에세이 『지름길을 두고 돌아서 걸었다』가 있다.

책 소개

분야에세이
바위틈에 피어난 들꽃에서
마흔 이후의 삶을 위한 이정표를 찾다

“몸이 전하는 수고스러움을 견디며 그저 두 발을 내딛는다”

흔히 생을 마감하는 순간이면 일생 동안 겪은 일들이 주마등처럼 빠르게 뇌리를 스쳐간다고 한다. 그 후에 ‘나’라는 존재는 어느 가수의 노래처럼 먼지가 되는지, 이집트의 신화처럼 육체를 벗어난 영혼으로서 긴 여행을 떠나는지 알 수 없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마침표를 찍는 그 순간이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찾아온다는 점이다. 그래서 인생은 살아있음 그 자체로 더욱 소중해진다. 그런데 가장 최후의 순간이 아니더라도 인생에는 각 시기마다 꽃이 피었다가 지는 일종의 작은 죽음들이 찾아온다. 유년 시절의 끝 무렵, 놀이터에서 마지막으로 그네를 타던 날을 구체적으로 기억하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순간은 분명 존재했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우리는 점점 인생에 찾아오는 작은 죽음들을 분명하게 의식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성년이 되고 30살을 지나면서 슬슬 ‘나이’를 자각하다가 마흔에 이르게 되면 비로소 지나온 시간을 두고 ‘세월’이라고 표현해도 될 만한 소회에 젖는다. 마흔 이후를 두고 인생 2막, 인생 후반전 등으로 표현하는 이유도 ‘마흔’이라는 나이가 다른 분기점과는 다른 특별한 감흥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에세이 『지름길을 두고 돌아서 걸었다』가 주목하는 것 역시 마흔 이후의 삶이다. 27년 차 방송기자인 저자는 지나간 시간에 대한 회한과 추억이 뒤섞인 복잡한 마음을 풀어내고 스스로를 달래어 새롭게 살아갈 힘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걷기’라는 행위를 선택했다. 저자에게 걷는다는 것은 “몸이 전하는 수고스러움을 견디며 그저 두 발을 내딛기만 하면 되는” 아주 단순한 일이며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갖는 일이자 자신을 내려놓는 연습”이기도 하다. 그러니 목적지는 어디라도 좋고 가는 그 길이 굳이 지름길이 아니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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