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진짜 집순이라 왠만하면 밖에 잘 안 나가기 때문에 내 하루 걸음수는 늘 1천걸음 미만이다.

몸이 나태해서, 머리와 마음이 '운동해야 한다'고 신호를 줘도 내 몸은 늘 내일부터를 외치며 쇼파에, 침대에 착 붙어서 생활 중이다.

땀 흘리며 운동한 적이 언제였더라, 기억조차 가물가물.

그런 나한테 이 책은 뭐랄까. 한줄기 빛과도 같았달까.

이 책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에디터의 글.

책을 읽다보면 내 마음이 벌써부터 반응을 한다.

당장 나태한 생활에서 벗어나 공원이라도 일단 한바퀴 돌고 와야겠다고.

-p.85 어느덧 운동을 시작한지 3개월쯤 됐다. 나도 내 몸이 조금 달라진 것 같기도 해서 확인해볼 겸 언니에게 물었다. "언니, 나 운동 하고 좀 달라졌어?" 그러자 언니가 뭘 그리 당연한 걸 묻느냐는 투로 대답했다. "달라졌지!" 이렇게 확신에 찬 대답이 나올지 몰랐던 나는 놀라서 되물었다. "뭐가? 어떻게?" "딱 봐도 달라졌어. 움직임도 그렇고. 몸에서 힘이 느껴져." (중략) 내 몸에서 힘이 느껴지다니. 정말 생각지도 못한 대답이었다. (중략) 그다음 주에는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나 운동 하고 몸이 좀 달라졌어?" 엄마도 언니와 마찬가지로 당연하단 듯이 말했다. "완전히 달라졌지." "어떻게?" "좀......에너지가 생겼달까. 기운이 있어 보인달까." "그전에는 어땠는데?" "늘큰했지."-

'늘큰하다'이라는 단어의 뜻은 '꽤 물러서 늘어지게 되다'라고 한다.

그러니까 지금 내 몸 상태가 딱 '늘큰'한 상태.

종이 인형처럼 흐물흐물한 상태.

그래서 늘 힘없고 축 쳐져있는 그런 상태.

작가가 3개월만에 생기 넘치는 모습을 갖췄다고 하니 내 마음도 부릉부릉, 집 근처 체육관을 검색해보기 시작했다.

어렸을 땐 운동의 이유가 무조건 다이어트, 작아져서 못입는 바지 입기 위해서 였는데.

이제는 좀 탄탄한, 생기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서 운동을 검색해보게 됐다.

-p.234 킥복싱을 계속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지난 1년간 체육관 밖에서의 내가 매우 만족스러웠기 때문이다. 더는 체력이 없다는 이유로 하고 싶은 걸 하지 않을 필요 없게 됐고, 피로에 지쳐 침대로 도망치지 않아도 됐으며, 놀러 나가기 전에 오늘은 얼마나 힘들지 걱정하지 않아도 됐고, 엄마 장바구니를 낚아챌 수도 있게 된 것뿐 아니라, 무엇보다 내 몸을 처음으로 '멋짐'의 관점에서 바라보게 됐다. 아름다움의 반대편엔 '아름답지 않음'이 아니라 '멋짐'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아름답다'라는 형용사가 수식할 수 있는 몸은 매우 한정돼 있지만, '멋지다'라는 형용사가 수식할 수 있는 몸은 생각하기에 따라 무궁무진하다는 것도 알았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지금까지의 내 생활이 많이 후회스러웠다.

쇼파 착붙, 침대 착붙 생활만 지향하면서, 몸이 편한 것만 쫓으며 지내온 것 같았다.

이 책은 지하철에서 다 읽었는데, 작가의 글이 정말 큰 자극이 되었던 건지

우리집 정거장보다 일곱 정거장 전에서 내려서 한시간을 걸어갔다.

걸으면서 많이 즐거웠다.

이 느낌 잊고 싶지 않아 매일 1만보씩 걸어야 금리가 높아지는 적금도 가입했다.

올해는 정말, 꾸준히 운동하는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다.

작가님, 감사합니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