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 구성원의 불안함을 보여주는 증거 중 하나로 자국 체류 이방인을 향한 공포와 적개심을 들 수 있다. 사회가 불안하거나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 국가·국민들은 칼끝을 사회적 약자인 자국 체류 이방인에게 돌려 불안과 분노를 해소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1923년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 유럽 우파의 인종차별?외국인 혐오증 조장 등이다. 이 사례들은 비단 외국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한국 사회에서도 이러한 자국 체류 이방인, 특히 아시아계 노동자에 대한 적대감과 편견은 오래 전부터 문제시되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대표적인 ‘범죄자’이자 ‘위험인자’로 거론되는 ‘조선족’의 경우 문제의 성격이 조금 다르다. 조선족은 온전히 남의 땅에 흘러 들어온 외국인이 아니라, 고향을 찾아온 것이나 다름없는 ‘한민족’이기 때문이다.
조선족은 본래 조선 후기, 혹은 일제강점기 당시 경제적 이유, 혹은 독립운동 등의 정치적 이유로 월강한 우리 민족이었지만, 지금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 그들에게 민족적 동질감을 느끼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조선족은 우리 안의 ‘이방인’이자 일방적으로 타자화되어 인식되어온 존재들이지만, 우리나라에서 그들의 존재는 결코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오해’와 ‘편견’으로 가득 찬 조선족의 역사와, 20세기 후반 그들이 경험했고, 지금도 당면해 있는 현실 문제들을 다루며 한반도와는 다른 역사적 환경 속에서 창조된 그들 나름대로의 민족적 정체성과 문화적 성취를 재조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