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껏 거의 보도되지 않은 사실들
전두환에 관한 '팩트의 구멍'과 '앵글의 빈 공간'
기자의 엑셀파일에 저장해 추적보도 목록 작성
저자는 지난해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는 동안 정치부 기자로 여의도와 종로의 선거 캠프를 분주히 오갔다. 다들 시대정신에 대해 이야기했고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을 역사의 퇴보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1979년 겨울에도 상식을 가진 많은 시민들이 변화와 민주화를 당연한 것으로 여겼다. 하지만 상식인들이 ‘당연히 와야 하고, 당연히 올 수밖에 없는 것’으로 여긴 민주화는 7년간 유예됐다. 격류의 한가운데에 서 있는 낚시꾼처럼, 노장군 전두환은 민주주의의 강물 한복판에서 권력을 낚아챘다.
클렙토크러시(kleptocracy), 도둑 정치로 번역되는 이 말은 전두환 전 대통령과 그의 시대에 가장 어울리는 말이다. “전두환은 패밀리 비즈니스에 힘썼다. 대통령직은 마치 패밀리 비즈니스의 영업 사원 업무처럼 활용됐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1997년 대법원 확정 판결로 부과된 추징금 2205억여 원 가운데 1672억여 원을 미납했다. 집행률이 24.2퍼센트에 불과하다. 추징 시효는 2013년 10월이다. 시효가 지나면 그걸로 그냥 끝이 난다. 그의 가족들은 아버지가 내지 않은 추징금을 왜 자기들이 내야 하느냐고 항변한다. 부당한 연좌제란 이야기다. 저자는 이것이 왜 거짓말인가를 속속들이 파헤친다.
저자는 이 책 안에서 ‘관계자는’, ‘정부는’ 이란 주어를 쓴 문장을 사용하지 않고, 직책과 기관이라는 ‘가짜 주어’ 뒤에 숨은 ‘진짜 주어’를 포착하려 했다. 그러기 위해선 발로 뛰어서 5공화국 시대의 인물과 전두환 주위의 사람들을 인터뷰해야 했다. 2년 동안 군사독재 시절에 활동했던 주요 정치인과 관료들의 회고록을 읽는 일에 빠져 살았다. ‘군사독재 덕후’라고 불러도 될 만큼 완전한 그림을 그리기 위해 노력했다. 전두환은 언론의 취재에 응하지 않기에 그에 대한 취재와 집필 과정은 죽은 자에 대한 전기를 쓰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그 과정을 “전두환을 통해, 나는 2013년의 내게 영향을 미치는 아버지 세대의 역사 유산을 정리해보고 싶었다.”고 회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