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땅에 펀드』는 2012년 지리산닷컴(www.jirisan.com)에서 진행한 ‘맨땅에 펀드’ 프로젝트의 기록이자 결산이다. 지리산닷컴은 도시 사람들(지리산닷컴 회원들)에게 매일 아침 물음표 없는 ‘행복하십니까’라는 제목으로 지리산 자락의 사진과 이야기를 보내 염장을 지르는 것으로 유명한 사이트다. 이곳에서 2012년 3월 ‘땅, 농부, 이야기에 투자한다.’는 뜬구름 잡는 명목으로 1계좌당 30만원씩 100명의 투자자를 모집했는데, 놀랍게도 이 고가의, 고위험 펀드는 출시 즉시 완판되었다.
이 보고서를 일반 독자들 용으로 보완해 만든 책에서는 ‘맨땅에 펀드’라는 기이하고 위험한 펀드가 1년간 겪은 희노애락, 가령 인선 파동과 마을 엄니들 간의 계파 경쟁, 그리고 아찔한 교통사고까지 수많은 이야기들이 한 편의 드라마처럼 펼쳐진다. 그리고 책에는 그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과 보는 사람들이 어떻게 함께 행복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비책도 담겨 있다. 한편 성공적인 한 해의 실험 운용을 마친 맨땅에 펀드는 2013년에도 투자자를 334명으로 확대해 계속 진행중이다.
이 책은 그냥 ‘농사’ 이야기를 전반적으로 다룬다는 점에서도 의미와 재미를 제공한다. 의외로 농사는 스케일이 크고 다양한 장르를 포함하기 때문이다. 매일매일 하루가 다르게 드라마틱한 변화를 보여주는 작물과 밭의 모습은 어떤 자연 다큐멘터리보다 생생하고, 가뭄, 장마, 태풍 등의 자연재해가 재난영화(SF)적인 이미지를 보여주는가 하면, 다양한 노동에 몸을 맡기며 극한의 신체적 감각을 묘사하는 장면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방불케 한다. 그뿐인가. 사고와 범죄(서리), 그리고 농법 차이나 지정학적 차이로 인한 세력 간의 경쟁과 암투까지(스릴러), 게다가 다양한 귀촌자들의 삶의 실상이 더해지면서 이 책은 22년 전통의 〈전원일기〉도 넘보지 못한, 21세기 대한민국 농촌의 거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경지에 도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