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추리소설의 살아 있는 거장
‘우치다 야스오’의 대표 시리즈 제2편
우치다 야스오는 마흔일곱이라는 다소 늦은 나이에 작가로서의 삶을 시작하였다. 광고제작사 사장이었던 그는 1980년 《죽은 자의 목령》을 자비출판하며 데뷔하였는데, 이 작품이 아사히 신문에 소개되는 등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자 작가로 전업하였다. 1982년 《고토바 전설 살인사건》의 빅히트로 대중문학 작가로서 첫발을 내딛게 된 야스오는, 2008년 ‘제11회 일본 미스터리 문학대상’을 수상하며 대중성과 함께 작품성까지 인정받았다.
황금연휴가 절정인 5월, 고치 현으로 향하는 페리에서 한 남자가 실족사한다. 사고를 목격한 항해사 호리노우치의 증언으로 미망인에게 거액의 보험금이 지불된다. 그리고 2년 후, 도쿄 부촌에서 한 남자가 자살하고 그 역시 페리 승객이었음을 기억해낸 호리노우치는 이 기묘한 우연에 의문을 품으며, 이제 막 탐정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아사미 미쓰히코에게 조사를 부탁한다. 페리의 목적지인 고치 현을 찾은 아사미는 ‘숨겨진 마을’이라 불리는 그곳에서 의외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치밀한 추리극보다는 사건 저변에 깔린 개개인의 안타까운 사연과 인물 간의 갈등에 집중, 더불어 당시 사회문제를 자연스레 녹여냈다는 점에서 작가의 통찰력과 재치가 돋보인다. 또한 일본 역사에서 유명한 장면이나 전설을 소재로 차용하면서도 독자에게 일본적인 가치관이나 문화관을 내세우지 않는다는 점이 독특하다.
작가는 범죄자를 단순한 악으로 단정하지 않고, 오히려 죄를 저지를 수밖에 없었던 상처와 고뇌에 집중하는데 이는 주인공의 수사 과정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사건의 퍼즐을 풀어가는 한편, 범인이 ‘절대 악’이 아닌 것처럼 아사미 역시 ‘절대 선’의 입장에 서는 일은 없다. 아사미는 우리가 그러듯 타인의 죄를 벌하는 데 있어 고민하고, 사건보다는 사람을 읽으려 노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