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와 마찬가지로 현대시론의 범위는 개방적이며 가변적이다. 한국의 현대시는 최근 전대의 미학에 균열을 내는 다양한 목소리를 선보였다. 주어진 관례나 규범이 없는 현대시의 미학적 특성을 정리하여, 시를 쓰고 싶은 마음에는 시 쓰기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시를 잘 읽고 싶은 마음에는 시 읽기의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현대시론의 역할이다. 이 책은 시의 지형도 중심과 주변에 나타난 새로운 목소리를 갈피 짓는 동시에 그 목소리가 어디에서 유래하는지 살펴보고자 하였다.
이 책은 대학의 한 학기 수업 주간을 참조하여 열다섯 개의 주제를 선정했다. 그런데 이는 현대시학의 중요 개념을 체계적으로 다루었으면 하는 일반 독자, 시 관련자의 요청을 반영한 결과이기도 하다. 시의 언어, 시의 화자 같은 시론의 전통적인 대상뿐만 아니라 시적 정의, 인공지능의 시 같은 최근의 현상들이 주제에 포함된 까닭이 이와 같다. 필자들은 주제별로 개념을 규정하고 그 역사를 되짚어 본 뒤 현장의 시와 접목하는 형식적인 통일성을 느슨하게나마 고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