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향, 유가적 여성상의 규범을 제시하다
『열녀전列女傳』은 한漢나라 때 유향劉向이 여러 경전經傳이나 사서史書 등에 기재된 여성들의 행적을 모아 엮은 동아시아 최초의 여성 전기집傳記集으로, 여기서 ‘열녀列女’는 ‘여러 여성들’이라는 뜻이다. 저명한 학자이자 한漢 고조高祖 유방劉邦의 이복동생인 유교劉交의 4세손이기도 한 유향은 고전古典에 등장하는 여성들을 『열녀전』에 입전立傳하면서 기존 문헌에 기재된 것을 그대로 옮겨 적은 것이 아니라 원전에 보이지 않던 상황을 설정하거나 언행을 각색하였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그는 『시경詩經』과 『상서商書』 등의 여러 문헌에서 국가를 흥성하게 하고 집안을 현양하여 모범이 될 수 있는 여인과 제왕帝王의 총애에 기대 국가를 어지럽게 한 여인들의 사적을 모아 8편의 『열녀전』을 편찬한 것이다.
그렇다면 유향은 왜 여성들의 전기를 편찬하게 된 것일까? 유향이 활동할 당시는 주로 원제元帝와 성제成帝 때였는데, 이 당시 한나라는 조비연趙飛燕과 조합덕趙合德 자매 등 후궁과 외척 세력이 황제의 총애를 믿고 권력을 농단하던 시기였다. 유향은 『열녀전』의 편찬을 통해 당시의 이러한 현실을 에둘러 비판하고, 나아가 이상적인 유교 통치를 위해 요구되는 자질과 덕성을 갖춘 여성상을 제시하려 하였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열녀전』은 후대로 내려올수록 바람직한 유가적 여성이 되기 위한 규범서 또는 교과서 역할을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