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수 시인의 시집 『홀연, 선잠』이 시작시인선 0326번으로 출간되었다. 시인은 경기 안성 출생으로 1990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시집으로 『서랍 속의 사막』 『하늘로 가는 혀』가 있으며 문단으로부터 문학적 성취를 인정받아 제28회 경희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시인은 첫 시집 『서랍 속의 사막』에서 희망 없는 삶을 살아내야 하는 소시민 가장의 슬픔을 노래하였고, 두 번째 시집 『하늘로 가는 혀』에서는 가족이라는 공동체의 틀 안에서 궁핍과 비루를 덤덤하게 버텨내는 강한 의지를 보여 준 바 있다. 『홀연, 선잠』은 김정수 시인의 세 번째 시집으로, 등단 30주년을 맞는 한 중견 시인의 실존적 고백록이자,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대한 정서적 조감도이다. 이번 시집에서 주목할 점은 구체적 경험을 바탕으로 지나온 시간을 회억하는 시인의 태도이다. 시인은 과거를 통해 삶의 상처와 함께 쓸쓸한 희망을 엿보게 되는데, 가령 자연에 대한 인간의 폭력성을 반성하는 동시에 자연과 인간의 공존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이 그러하다. 시인의 시선이 자연 사물을 거쳐 자신으로 귀환하는 과정은 궁극적으로 자기 긍정을 향한 타자 이해의 도정이라 할 수 있으며, 이는 우리로 하여금 생명 현상에 대한 사유의 지평을 확장해 나갈 수 있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