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전체를 볼 때, 그의 사유들은 일견 꽤 이질적인 단층을 이루고 있는 듯이 보인다. 그가 그려내는 시의 풍경은 언어의 미학적인 면보다는 비상한 풍경의 배후에 은폐된 삶의 진실을 궁구하는 데 바쳐진다. 그는 세계의 물질성과 감각성보다는 감정을 기탁한 관념과 추상의 세계에서 삶의 근원을 탐색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풍경 안에서 풍경의 바깥을 향하거나 풍경을 끌어들여 일상성을 내파하는 때에도 시인은 지독히 상투적인 삶의 풍경을 통해 그 상투성 속에 가려진 존재론적 탐문 쪽으로 기꺼이 시선을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