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슬기 작가는 육아의 고단함을 독서로 풀어내는 글을 써서 수백만 엄마들의 응원과 지지를 받았다. 그 결과로 출간된 첫 책 『아이가 잠들면 서재로 숨었다』에서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결혼이 서울에서 부산으로 옮겨 가는 지역 이사 수준이라면, 출산은 지구에서 화성으로 옮겨 가는 행성 이동 차원이랄까. 작디작은 아이는 우리가 만들고 유지해온 모든 것을 뒤집었다.” 하루빨리 아이가 크기만을 간절히 바란 나날이었다. 아이가 좀 자라서 걷고, 말하고, 대화를 할 수 있게 되면 그나마 나아질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딸아이가 집 밖으로 한 발을 내디디고, 엄마에게 질문을 하고, 세상과 소통하기 시작하면서 육아는 전혀 다른 국면을 맞이했다. 한 존재가 두 발로 서는 것을 돕는 차원을 넘어, 한 여자가 사회에 버티고 설 수 있게 도와야 하는, 실로 엄청난 일이 들이닥쳤다. 딸을 학교에 보내는 일부터 여자아이로서 접하는 말과 시선 등에 똑바로 부딪히게 하는 일, 이성과의 관계를 스스로 정립시키는 일, 아직은 거칠고 부조리한 세상 속에서 제대로 질문하고 선택하는 일까지. 딸에게 ‘엄마’란 세계를 투과시키는 존재였다. 그러므로 엄마 자신이 먼저 떳떳하게 살아야 했고, 제대로 생각해야 했다. 딸아이를 키우면서 작가는 새삼 살아온 날을 돌아보게 되었고, 살아갈 날을 바로잡게 되었다. 깊이 고민했던 그 시간 속에서 딸에게 꼭 들려주고픈 이야기들을 정성스레 골라 이 책에 담아냈다.
아마도 세상 모든 엄마는 자신의 엄마를 애증하며, 그 관계를 반추하며, 이제는 자기 앞에 놓인 딸의 삶을 걱정할 것이다. 그 엄마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 때론 지나치게 솔직하고 때론 통쾌하게 용감한 작가의 말들을 빌어, 딸과 마주 앉아 여자로서의 삶에 대해 이야기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