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의 산문집이어서일까.『세상, 그물코의 비밀』은 시간과 공간을 불문하고 자유로이 상상력을 뻗치는 작가 유경숙의 소설처럼, 볼 수 있는 것으로부터 볼 수 없는 것까지를 집요하게 추적한다. 작가는 신화 세계든 현실 세계든 일단 호기심이 생기면 놓지 않고 끝까지 추적한다. 그 여정에 작가의 상상력과 경험, 지식이 더해져 종래에는 놀라운 이야기의 결정체를 이뤄낸다. 이 산문집에는, 충청도 깡촌에서 자란 작가가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갖게 된 동기 외에도 진솔한 개인적 고백이 덤으로 얹혔다. 1부 ‘모정’에는 세상 어미들의 무조건적이고 때론 맹독과도 같은 모성애를 주제로 아홉 편의 ‘어머니들’의 이야기가 담겼다. 늙고 헐렁한 몸피에서 뿜어져 나오는 춤(몸짓)을 보며 ‘生의 방언’을 읽어내는 예지력 깊은 눈길이 인상적인「방언」, 전쟁 포로로 정체성을 잃고 노예가 되어버린 남자가 자신의 어머니를 살해한 비극적인 이야기를 소재로 한「만쿠르트의 전설」 등이 독자를 끌어당긴다. 2부 ‘세상, 그물코의 비밀’「툰드라의 야생화」에서는 ‘천국과 지옥이 경계선도 없이 공존하는 수상쩍은 세계’가 있다고 말한다. 티베트 성자 밀라레파의 이야기, 와 추사 김정희의 절대 고독이 세상의 비밀을 속삭인다. 3부 ‘도원을 찾아서’에서 작가는 ‘맹탕 같은 느낌이 드는’ 날이면 동물원에 간다고 했다. 그곳에서 기린의 눈빛에 담긴 서정시를 읽고 신체의 부조화 속에 감춰진 신비, 비운의 아름다움을 포착하기에 이른다. 4부 ‘책과 영화의 뒷담화’에서 작가는 니코스 카잔자키스, 홀리오 꼬르따사르, 그 외에 동시대를 살아가는 다양한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읽어냈는가를 신랄하고 품 넓게 그려내고 영화를 보고 느낀 감정을 특유의 진솔한 문체로 써나간다. 5부 ‘내가 따를 사표’에서는 작가 자신의 인생 스승으로 삼은 여러 인물이 소개된다. 십자가의 성 요한, 토마스 머튼, 니체 등 작가의 생에 무한한 지식과 통찰을 안겨주었을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미 유경숙의 소설에 매료되었던 독자라면 산문집『세상, 그물코의 비밀』을 통해 ‘실실이 늘어진 수양버들 사이로 실개천이 흐르고, 그 속에서 노니는 쉬리의 지느러미처럼 느리고 유연하게 몸을 풀며’ 걷는 작가의 여유로움에서 나온 졸박한 문체를 한층 농밀하게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