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조선족은 한반도에서 국경을 넘어 이주를 시작한 이후, 연변조선족자치구와 동북 지방에 집단 거주하면서 오랫동안 고유의 언어와 문화를 유지해왔다. 중국 현대사의 격랑에 시달리고, 개혁개방과 한중수교 이후 한국과의 교류라는 새로운 도전 속에서 중국인이자 한민족으로서의 정체성을 고민하고 있다. 그러한 그들의 역사와 정신과 문화를 담아낸 것이 바로 조선족 소설이다. 7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많은 조선족 작가들이 무수한 명작들을 탄생시켰다. 그러나 개혁개방 이후 집거지에 모여 살던 조선족들이 관내 또는 한국으로의 이주를 시작하면서 조선족 공동체가 무너지고, 조선어보다 한어 사용이 익숙해지면서 조선어로 창작하는 작가가 줄어들어, 조선족 문단 역시 위기를 겪고 있다. 조선족에 의해 조선어로 창작된 문학이 한국문학에서 어떤 위상을 차지하는가 하는 논의에 앞서, 조선족 소설의 지금까지의 성과를 정리하고 평가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최병우의 『조선족 소설 연구』은 조선족 소설에 대한 최초의 학술서로서 그 의의가 가볍지 않다. 이 책에는 조선족 소설을 대표하는 열다섯 명 작가의 작품론이 실려 있다. 항일투쟁의 체험을 소설화함으로써 조선의용대의 역사를 증언한 김학철로부터, 조선족의 범주를 넘어 현대사회의 보편적 현상으로서의 이주를 제재로 한 소설을 창작한 김금희에 이르기까지, 조선족 소설의 다양한 스펙트럼이 펼쳐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