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가진 비의秘意로운 기능 가운데 하나는
기존의 상식과 지식, 사유체계의 한계를 뛰어넘는 동시에
그 무엇에도 고착화된 정의를 부여하지 않음으로써
세계와 사물에 대하여 의미의 고립을 초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겪고 있는 현상적인 고통은 피상적일 뿐 안타깝게도 세상의 본질과는 무관하다는 것을 시를 통해 알 수 있다. 세계와 사물에 대하여 특정한 의미에 고립당하지 않을 때 우리는 불화와 오해를 유발시키는 편견들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어머니의 현재 상황을, 정화와 재탄생의 반복으로 바라볼 수 있는 역설의 시각은 시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물론 여기에는 감당할 수 없는 고통마저 감당해야만 하는 인내와 슬픔, 세상에 대한 겸손과 순응이 더해져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 자작시 해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