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려 시인은 부산에서 태어났고, 2016년 『사이펀』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어떤 것은 밑이 희고 어떤 것은 밑이 붉었다』는 김려 시인의 첫 번째 신작 시집이다. ‘숲’은 『어떤 것은 밑이 희고 어떤 것은 밑이 붉었다』에 자주 등장한다. 김려 시인의 시심이 거주하는 장소를 상징하는 것이 숲이겠는데, 그 숲에는 죽음의 핏빛 이미지들을 품은 ‘새’와 ‘뱀’, ‘참나무’, ‘상제나비’ 등이 널려 있다. 그래서 이 시집에서 숲은 양가적인 의미를 가지게 된다. 보통 숲은 자연 만물이 거주하는 대지의 품으로 상징된다. 숲은 시의 신이 거주하고 있는 신전이라고도 달리 말할 수 있다. 숲은 신성이 느껴지는 미지의 장소이며, 그래서 두려움을 주지만 한편으로 신비롭고 아름답다. 하지만 김려 시인이 숲에서 주로 마주하게 되는 것은 죽음이다. 그도 숲의 어떤 매력, 숲이 뿜어내는 어떤 관능성에 매혹되어 숲속으로 들어가게 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