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담장 너머 흩날리던 단풍잎을 쳐다보며 고등학교에 입학하면 문예부에 들어가리라 마음먹었다. 이듬해 3월 문예부 친구들과 대전 서부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신동엽 시인의 시비가 있는 백마 강변으로 야유회를 갔다. 그해 여름부터 부지런히 시를 썼다. 이십 대 중반인 199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으로 등단했다. 이후 삼십 년 넘게 글을 쓰며 밥벌이를 하고 있다. 시, 콩트, 르포,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 TV 다큐멘터리, 구술 채록, 희곡, 연설문 등 여러 종류의 글을 썼다. 지금까지 첫 시집 『비데의 꿈은 분수다』를 포함해 일곱 권의 시집을 펴냈고, 세 권의 공저와 이름을 밝히지 않은 책 여러 권에 참여했다. 청소년 시집은 『나는 고딩 아빠다』를 발간한 지 8년 만이다. 아직 시를 쓰는 재미가 줄어들지 않아 다행이다. 내 앞에 있는 모든 화자들이 고맙다. 가끔 어떤 화자가 ‘길을 잃었어.’라고 말을 건네면, 마음이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