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은 사회과학이고,
정치는 넓은 의미에서 의학이다
폭염이 생명에 대한 위협이 되는 쪽방촌 독거노인들, 영양 결핍이라는 보이지 않는 굶주림을 앓고 있는 빈곤츤 아이들, 그리고 열악한 노동환경 속의 삼성 백혈병 노동자들. 『건강할 권리』는 서울대 보건대학원 김창엽 교수가 이와 같은 현실을 사회의학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진단한 글을 모은 책이다. 저자는 건강 문제를 생물학적 현상으로만 바라보고 기술과학적 문제로 치부해 버린 채 예방과 관리, 치료를 환자 개인과 전문가 의사의 일로만 돌리던 기존의 생의학적 모형을 비판하면서 사회적ㆍ정치적ㆍ경제적 관점에서 한국 사회 건강 불평등의 현실을 분석한다.
이는 진주의료원 폐쇄, 포괄수가제 논쟁, 4대 중증질환 논쟁 등 최근의 보건의료 이슈뿐만 아니라 이주여성, 빈곤층 아이들, 독거노인 등 사회적 약자의 건강권, 경제 위기가 비정규직 노동자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 사회참여와 건강의 관계 등 건강과 사회가 맺고 있는 근본적 관계를 보여 주는 현상들을 포괄한다. 또 시장 원리가 의료 서비스의 공급을 지배하게 됨으로써 나타나는 병폐를 파헤치면서, 건강권을 ‘정의’와 ‘인권’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대안적 관점을 제시하고, 결국 좋은 사회를 만들지 않는다면 건강 불평등 역시 해결하기 어렵다는 교훈을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