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산 윤선도는 정철 송강과 더불어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우리말을 써서 자연을 노래한 시인으로 알려졌다. 송강이 호흡이 긴 가사[長歌]를 잘 지었다면, 고산은 호흡이 짧은 시조[短歌]를 잘 지었던 시인이다. 당대에는아직 시조라는 이름이 없었으므로, 글자 그대로 호흡이 짧은 단가가 그에게는 제격이었다. 원래 자연의 아름다움은 봄·여름·가을·겨울에 따라 달라지므로, 철따라 바뀌어가는 경치를 다 노래하려면 가사가 제격이었다. 그런데 그는 한 편의 가사에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것이 아니라, 단가 40수를 지어 철따라 바뀌어가는 자연의 여러 가지 모습을 노래하였다. 송강의 가사에서는 자연 속에 있으면서도 임금과 정치를 잊지 못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지만, 그의 「어부사시사」에는 바다에서 고기잡이를 즐기는 어부의 모습만 그려져 있다. 그런데 그 어부는 고기잡이를 생업으로 삼고, 바다와 배를 삶의 현장으로 삼은 어부가 아니다. 해남에도 넓은 농장을 가지고 있고, 서울에서도 자주 벼슬이 주어지는, 그래서 고기잡이를 풍류로 즐기는 사대부였을 뿐이다. 그래서 흔히 고산을 가어옹(假漁翁)이라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