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책임에 관하여』는 아이리스 영이 자기 이론의 실천적인 면모를 최대한으로 이끌어 낸 야심찬 기획이다. 1990년에 출간된 『정의와 차이의 정치학』에서 기존 정의론은 비판적으로 분석하며 차이를 인정하는 새로운 정의론을 제시하는, 정치철학과 여성학 모두에서 명성을 쌓은 아이리스 M. 영의 유고작이다. 지금껏 차이의 정치학과 급진 민주주의의 이상을 통해 구조적 밑그림을 제시했다면 이 책에서는 그 밑그림 안에서 살아 숨쉬는 ‘행위’를 문제시하고 ‘행위자’에 직접 말을 건다.
이 책의 첫 번째 미덕은 ‘잘못’에 ‘구조적 부정의’라는 이름을 붙이고 가시화했다는 데 있다. 더 나아가 구조적 부정의에 대한 설명을 통해 우리 모두의 삶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도 보여 준다. 그러면서 각자가 자신의 정치적 책임을 자각하고 실천할 수 있는 길이 분명히 있다는 것 또한 확신한다. 소통과 연대가 사라진 시대에 무너진 사회관계를 복원하기 위한 정치철학자의 치열한 고민이 담겼으며,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지시함으로써 추상적인 이론들이 일상의 경험과 선택에 연결되도록 서술하여 학술서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 독자들도 생동감 있는 책 읽기가 가능하다.